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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석의 중동 오디세이] 시리아의 마지막 뇌관 ‘이들립’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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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승리로 끝나고 있다. 2019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군을 감행하였고, 현재 시리아 정부군에 맞서 싸우는 반군 최후 거점으로 북서부의 이들립 지역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들립 지역에서 치열한 교전이 지속되면서 2018년 9월 러시아와 터키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비무장지대 창설에 합의하였다. 하지만 정정 불안은 멈추지 않았고 지난해 4월부터 러시아 군과 시리아 정부군은 테러조직 격퇴를 명분으로 반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였다. 군사적 충돌 격화 속에서 터키 군도 개입하면서 올해 2월 터키와 시리아 양측 군인 수십 명이 사망하는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이했다.
이에 지난 3월 5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들립 지역 긴장 완화 방안에 합의하였다. 라타키아와 까미슐리를 연결하는 M4고속도로를 따라 남북으로 6㎞에 달하는 안전통로가 설정되었고, 러시아와 터키 군대의 합동순찰이 개시되었다. 국제사회는 이들립의 안정을 바라며 모스크바 휴전 합의가 인도주의적 위기 발생을 막고, 군사적 대결을 종식시키는 초석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희망찬 기대에 부응해 이들립 사태가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지 이들립 지역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모스크바 휴전 합의 이후 이들립 지역의 앞날을 결정할 최대 쟁점 중 하나는 현재 이들립 지역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하야트 타흐리르 알 샴(HTS)의 운명과 관련된다. HTS의 전신은 알 카에다를 따르는 누스라 전선(Jabhat al-Nusra)이다. HTS는 비록 알 카에다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노선을 추종해 왔지만 유엔과 미국 정부에 의해 각각 테러단체로 지목되었다. 따라서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명확하게 테러단체로 분류된 HTS를 완전 해체시키기 위해 단호한 군사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난 3월 15일 M4고속도로를 따라 실시한 첫 번째 합동순찰이 도발적인 시위로 중단되자 러시아 정부는 HTS의 방해 탓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들립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터키는 러시아와 사뭇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앙카라는 HTS 해체에 소극적 자세를 갖고 은근히 버텨 주기를 바라고 있다. 드러난 이유는 이들립 내의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HTS 대원과 순수한 민간인 구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대적인 HTS 제거 작전이 시행된다면 수많은 민간인 희생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습을 피해 이들립 지역으로부터 수많은 난민들이 국경지대로 몰려드는 상황을 걱정한다. 이미 360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터키로서는 더 이상의 추가적 난민을 도저히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HTS 해체를 꺼리는 터키 정부의 다른 속내가 있다. 시리아 내전을 거치며 양측은 암묵적인 협력 관계를 형성해 왔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 인민수비대(YPG)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레버리지로서 HTS를 활용하고 싶어 한다. 이미 터키 군대는 시리아 내전 기간 HTS로 부터 병참 물자 및 군사 기지 사용 등에 도움을 받았었다. 마찬가지로 HTS도 터키와의 물밑 협력 관계는 조직의 유지 및 팽창에 호재로 작용했다. 시리아 내전 기간 다수 급진 이슬람주의 단체의 지도자들이 공습으로 살해된 것에 비해 HTS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 줄라니는 여전히 건재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도 HTS에 부쩍 유화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2월 5일 제임스 제프리 미국의 시리아ㆍ반 IS 동맹 특사는 HTS에 대해 “국제적인 테러 공격을 계획하거나 감행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2월 24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만일 미국이 어떠한 상황에서 HTS와의 대화에 나서고자 한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HTS를 둘러싼 관련 국가들의 미묘한 입장 차이 속에서 HTS의 완전한 해체는 점점 어려워지고, 생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이에 향후 이들립 사태의 전개를 둘러싼 새로운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자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들립 지역의 난민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유럽연합의 지원을 촉구하면서 이들립 지역이 ‘새로운 가자지구(new Gaza)’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아랍 현지 언론에서도 이들립 지역의 가자지구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나뉘어 서로 다른 세력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의 통치 권력이 작동하는 가운데 안보 불안 속에서 주민들이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향후 이들립 지역에서도 HTS가 사실상 하마스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반영된 논의이다. HTS의 운명에 따라 앞으로 이들립 지역이 어디로 가게 될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김강석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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