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시민이 바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주체는 국회의원이었지만 이를 이끈 힘은 시민에게서 나왔다.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로 위기에 몰린 민주주의를 다시 살려낸 시민들의 눈은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했다. 일상 회복과 경제 안정 등 팍팍한 삶이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한국일보는 국회 앞 여의도 일대에 운집한 시민들에게 이번 탄핵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스케치북에 써달라고 요청했다. 민생과 안전 등 국민 기본권과 직결된 현안들이 조속히 풀리길 바라는 마음이 흰 종이에 담겼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정국 불안으로 인한 고환율 등 경제 악재의 수습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물가 안정'과 추락한 '한국 증시' 3,000선 회복 등을 기대했다. 저성장 경기 침체를 벗어날 정책을 추진해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되고, '저출생'의 늪도 벗어나길 소망했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군부 시절 계엄 선포를 겪은 70대부터 난생처음 공포를 겪은 10대 청년까지 입을 모았다. 이들은 "다시는 국군이 국민을 위협하지 않는 사회"를, "학생들이 나라 걱정 안 하고 공부할 수 있기"를 원했다. 청년들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 "국민을 외면하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식적인 나라'를 원하는 시민들의 힘을 거리에서 실감했다는 16세 김민솔양은 '우리의 함성이 잠자는 숲을 깨우듯, 어두운 이 세상(을) 깨우리'라는 바람을 한 글자 한 글자에 꾹꾹 눌러 담았다. 최현빈·전유진·최주연·정다빈·김혜지·허유정 기자, 류기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