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중동 지역 교두보로 삼았던 시리아에서 군 기지 철수를 준비하는 정황들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최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몰락으로 시리아를 활용한 러시아의 군사 전략도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흐메이밈에 위치한 러시아 공군기지에서 각종 장비가 실려 나갈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들은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 업체 막사 테크놀로지의 사진을 인용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흐메이밈 기지에선 러시아의 대형 군용 수송기 AN-124 두 대가 항공기 앞부분인 기수부를 열고 화물 적재를 준비 중이다. 수송기 주변에선 러시아산 공격 헬기 KA-52와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S-400의 분리·해체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 확인됐다.
앞서 시리아 서부 해안 도시 타르투스에 설치된 러시아 해군기지에서도 철수 움직임이 확인됐다. 우크라이나의 군 정보기관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군사 물류 운송에 사용했던 선박 두 척이 현재 발트해에서 타르투스 해군기지로 이동 중이다. 타르투스 해군기지는 사실상 러시아군이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항구다.
앞서 알아사드 정권은 2017년 러시아에 해군·공군 기지를 49년간 임차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내전 참전에 대한 보답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리아 반군이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그동안 시리아 '뒷배' 역할을 해 온 러시아는 발을 빼는 상황이다. NYT는 러시아의 군 기지 철수 움직임에 대해 "반군이 알아사드 정권을 몰락시킨 이후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