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자사주 9.85%를 처분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영풍·MBK는 "해당 가처분 신청을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13일 밝혔다.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의 대상은 고려아연이 영풍·MBK에 맞서 올해 10월 공개매수로 확보한 자사주 204만30주다. 영풍·MBK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해당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지금껏 실행하지 않고 있다"고 가처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영풍·MBK는 특히 이번 가처분 신청으로 '제3자 대여 가능성'을 차단하려 한다. 영풍·MBK는 "임시주주총회와 정기주주총회의 기준일인 이달 20일과 31일에 인접해 해당 자사주를 제3자에게 출연, 대여, 양도하는 등 방식으로 의결권을 살리는 꼼수를 얼마든지 감행할 수 있다"며 "자기주식을 제3자에게 대차하고 다시 다수의 제3자에게 나눠 재대차하면 차입자의 특정이 곤란해 변경 주주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자본시장법상 취득 뒤 6개월 내에는 자사주를 '처분'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만, 처분의 범위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영풍·MBK는 처분 개념에 대여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올해 10월 사들인 자사주를 우호적인 제3자에게 빌려줘 지분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풍·MBK가 이런 해석에 기반해 고려아연을 압박하는 이유는 이 자사주 9.85%가 모두 고려아연 우호세력에게 넘어가 의결권이 살아나면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영풍·MBK 지분은 39.83%이며, 고려아연 지분율은 우호 지분까지 합쳐 33.93%로 약 6%포인트의 차이가 난다.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두고 영풍·MBK와 다르게 해석한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6개월 처분 금지에 '대차'가 포함된다고 본다. 고려아연은 9일 입장문을 통해 "자사주 대차거래라는 것이 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했다"며 "당사 법무팀과 외부 법무법인의 검토 결과 자본시장법상 자기주식은 취득일로부터 6개월 동안 처분이 금지되며 그 대상은 대차거래도 포함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기본 상식임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이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상황(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빌려줘 의결권을 부활시킨다는 주장)을 임의로 만들어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확산시켜 고려아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의도임이 분명하다"면서 "당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만큼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