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8개국과 약가 비교' 발표 앞두고… 업계 "만성질환약 가격 최대 60% 하락" 반발

입력
2024.12.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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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달 해외약가비교제 최종안 공개 예상
업계 우려 심화... "7월 이후 정부 대화 중단돼"
의약품 지금도 부족한데... 공급 더 줄까 우려
비급여 약 증가 가능성... "결국 환자 부담 늘어"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IRP)’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국내 만성질환 약의 판매 가격이 최대 60% 하락할 걸로 나타났다. 정부는 IRP를 통해 합리적인 의약품 가격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국내 시장 질서가 교란될 거라는 우려가 크다. IRP가 도입될 경우 일부 기업들은 행정소송 제기도 검토하는 걸로 전해졌다.

"IRP 도입되면 기업 연매출 5~20% 감소"

13일 업계가 IRP 도입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A기업 고지혈증 약은 58%, B기업과 C기업의 고혈압 약은 각각 약 53%와 40% 등 약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걸로 것으로 나타났다. IRP는 정부가 국내 특정 약품의 판매가를 결정할 때 주요 8개국(독일캐〮나다미〮국일〮본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내 유사 약제의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한, 6개국의 평균 가격을 3년마다 주기적으로 참고해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쉽게 얘기하면 국내 약가를 해외 약가와 3년마다 비교해 비싸다면 그만큼 내리겠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까지 제약바〮이오 업계와 10여 차례 간담회를 가졌고, 이르면 이달 안에 IRP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IRP의 많은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정부가 7월 이후 사실상 대화를 중단했다”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약가 인하는 국내 시장에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IRP에서 참조하는 주요 8개국의 약가 제도나 시장 구조 등이 우리나라와 본질적으로 다른 탓에 동등한 기준에서 약가를 비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 IRP에서 우리나라 약가는 보험급여 금액에 환자 본인부담금을 합친 ‘최종 소비자판매가격’을, 독일 약가는 환자 본인부담금이 제외된 ‘공적 급여’를 기준으로 서로 비교한다. 이런 기준에선 당연히 우리나라 약이 독일보다 비쌀 수밖에 없어 약가 인하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국내에 △사용량-약가 연동제 △실거래가 가격 인하 △특허만료 약가 인하 등 다양한 약가 인하 제도들이 이미 중복 시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IRP까지 도입되면 업계에 미칠 피해가 막심할 거라는 우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RP 도입 이후 기업들의 연매출이 5~20% 감소할 걸로 본다”라며 “특히 IRP는 해외 약가와 비교한다면서도, 정작 해외 약가가 올랐을 땐 그에 맞춰 국내 약가를 인상하진 않는 ‘영구적 인하’ 정책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기존 인하 제도도 많은데... "전반적 재검토 필요"

IRP 도입 이후엔 최근 심화하고 있는 약제 부족 현상이 더 악화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공급이 중단되거나 부족한 의약품은 지난해 기준 265개로, 2014년(57개)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요 증가와 원료 공급 불안 등이 주요 원인인데, 여기에 IRP까지 도입되면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 약가가 인하된 약들마저 공급을 크게 줄일 거라는 분석이다.

최윤정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10월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 때 발표한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2012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노출된 기업들은 매출액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급여 의약품을 줄이고 비급여 의약품 공급을 늘리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라며 “이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기업의 약제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국내 환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급여 의약품 비중이 는다는 건 결국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약제비가 커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IRP는 연구개발(R&D) 투자 위축 등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중복 시행되고 있는 기존 제도와 IRP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국내 약가 인하 정책의 장기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최종안 내용과 관련해선 여전히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최종안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업계와 다시 의견 교환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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