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황실 후손들 "종묘는 김건희 개인 카페 아냐... 국격 무시"

입력
2024.12.13 11:00
김건희 9월 3일 종묘서 외부인 만나
망묘루는 일반관람 제한 장소
의친회기념사업회 "국격 떨어뜨려"
"조선시대 임금도 예를 갖추던 곳"

대한황실 의친왕기념사업회가 김건희 여사에게 세계문화유산 종묘를 사적으로 사용한 데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사업회는 12일 입장문에서 “세계문화유산 종묘는 김건희 여사의 개인 카페가 아니다”라며 “김건희 여사가 세계문화유산 종묘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린 것에 규탄하며 정식 사과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 여사가 지난 9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에서 외부 인사들과 차담회를 연 것이 확인되면서 그가 국가 주요 사적을 개인 목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김건희 여사 일행이 지난 9월 3일 종묘 망묘루에서 외부 인사들과 차담회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가 주요 사적을 개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인 만큼, 어떤 목적으로 이용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9월 3일은 일반인의 종묘 관람이 제한되는 휴관일이었으며, 김 여사가 행사를 연 장소인 망묘루는 평소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김 여사는 이 차담회를 위해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각각 테이블과 의자 등 고가구도 빌려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회는 “김건희 여사가 종묘관리소 공무원들에게 휴관일에 지인들과 차 마시러 갈 거니 경복궁과 창덕궁의 궁궐 가구를 미리 종묘 차 마실 곳에 갖다놓으라 하고 비공개 구역 망묘루(임금의 정자)에서 사적 찻자리를 가진 것은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종묘를 신성시하고 경건한 자세로 여기는 종묘의 직계 후손들은 국가원수 부인의 이러한 행동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경건하고 신성시돼야 할 세계유산 종묘는 저희 직계 후손들 포함, 그 누구의 사적 찻자리 장소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선왕조 시대 임금님들조차도, 종묘에 드나들 땐 의복을 갖추고 경건한 마음으로 예를 갖추던 곳인데, 지인들과 궁궐 가구를 들여서 깔깔대며 담소를 나누는 자리로 삼아선 안 되는 곳”이라며 “모두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종묘는 한 개인이 지인들에게 폼내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카페가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의친왕기념사업회는 2022년 대한황실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로 황실의 독립운동사를 밝히고, 황실 후손들이 소장 중 궁중유물 1,000여 점을 전시, 연구, 보존하며 궁중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황실 최고 연장자 이해경 여사(의친왕의 5남)가 명예회장을, 의친왕가 종손 이준 황손(의친왕 장손)이 회장을 맡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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