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윤석열에게 비판받고, 윤석열이 윤석열을 배신했다.”
32년 차 기자인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은 책 ‘오염된 정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를 ‘자기 배반의 정치’라고 규정한다. 대선 후보 시절 ‘특검을 왜 거부하나.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던 그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세 차례나 거부한 것 등 “눈 하나 깜짝 않고” 무수히 자기 말을 부정해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가 원래 법치나 공정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고 본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는 강골 검사’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원칙주의자’는 윤석열이 훌륭하게 연기한 가면이었다”고 일갈한다.
책은 12·3 불법계엄 사태 직전에 출간됐다. 검사로서 첫 등장부터 2년 6개월간의 대통령직 수행까지 불법계엄 이전의 윤 대통령을 냉정하게 되짚은 글에서 그가 일관되게 극단적이며 폭력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었음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윤석열의 자기 배반은 계속될 운명”이라는 저자의 통찰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저자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번번이 윤 대통령과 결별하지 못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비겁함,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손상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잘못을 집요하게 따져 묻는다. 자녀 입시비리를 끝내 반성하지 않아 부도덕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풍토를 만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여성·장애인 등 약자 집단을 나머지 구성원들과 갈라치기해 약자들에게 집중시킨 분노를 정치 원동력으로 삼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퇴행시킨 사회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진영의 득실에 따른 비뚤어진 진실과 도덕으로 정의가 오염돼 가는 사회를 정교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묻는다. “당신들은 왜 그렇게들 떳떳하냐”고.
절망의 정치를 넘어서는 다른 선택을 저자는 제안한다. 대통령 한 사람의 혜안과 리더십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난 만큼 다당제를 바탕으로 한 내각제 개헌을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그는 “기존 제도가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새 정치다. 내각제 개헌이야말로 새 정치라고 나는 믿는다. 제도를 개혁함으로써 정치 문화를 일신하기를 소망한다”며 불법계엄에 짓밟힌 우리 민주주의에 새로운 고민을 던진다.
저자는 한국일보에 4년간 연재한 ‘김희원 칼럼’과 인터뷰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정치뿐 아니라 아동학대, 부동산 신화, 차별 문제 등 한국 사회의 병폐를 기자의 시선으로 치열하게 고민했다. 한국일보 사회부장 문화부장 등을 거친 저자는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진실 규명에 기여한 보도로 한국여성기자협회 올해의 여기자상, 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기자상 등을 수상한 베테랑 기자다. 지난 7월 MBC 시사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유시민 작가를 제압하는 논리와 토론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