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직접 변호하겠다. 변론 요지서 한번 써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담화를 통해 ‘12·3 불법계엄 사태’에 관한 7,000자 분량의 궤변을 늘어놓기 직전까지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3일 불법계엄 선포 이후 줄곧 두문불출했다. 그사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수사당국의 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본인이 직접 작성한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급작스러운 발표도, 여당을 향한 호소의 메시지도 아니었다. 윤 대통령의 국가관과 현실 인식이 고스란히 담겼다. 향후 사태에 대비해온 셈이다.
윤 대통령은 주변에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변론 요지서를 직접 작성하겠다고 의욕을 보일 정도로 검사 본능에 충실했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당연히 구속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을 했다고 한다”며 “’그래도 왜 이렇게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항변하겠다’는 뜻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계엄 폭주의 직접적 계기로 '감사원장 탄핵'이 꼽힌다. 국회는 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다. 민주당이 감사원장 탄핵을 언급한 건 지난달부터다. 불법계엄을 준비한 시기와 겹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민주당이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감사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했을 때 저는 이제 더 이상은 그냥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계엄을 선포한 3일 밤 대통령실 상황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참담했다. 5선 의원 출신에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조차 외부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 급히 호출을 받고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실장이 복귀 도중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상황을 물었지만, 김 수석 역시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한 정 실장이 윤 대통령에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취지로 만류했지만, 윤 대통령은 매몰차게 “정 실장은 빠지십시오”라고 응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등장하자 정 실장은 김 전 장관을 향해 “이게 뭐 하는 겁니까”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오히려 정 실장을 노려보며 “계엄 해야죠”라며 맞받아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