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12일 발의된다. 이틀 뒤 국회 표결에선 지난 1차 표결(지난 7일) 때보다 가결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여당 내부에서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의원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각 정지된다. 이 경우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지만, 한 총리 역시 12·3 불법계엄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직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총리와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한다. 국무위원의 승계 순서를 규정한 법률은 정부조직법을 말한다. 정부조직법 제26조는 현행 19개 정부 부처를 열거했는데, ①기획재정부 ②교육부 ③과학기술정보통신부 ④외교부 ⑤통일부 ⑥법무부 ⑦국방부 ⑧행정안전부 ⑨국가보훈부 ⑩문화체육관광부 등 순이다. 부처의 장관인 국무위원들은 정부조직법이 규정한 부처 서열에 따라 권한대행 순번을 맡는 식이다. 국가 행사 때 쓰이는 '의전서열'과는 다르다.
현행법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될 경우 국정 2인자인 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대통령 권한대행은 당시 황교안 총리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야당은 한 총리 역시 불법계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한 총리를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한 총리에게 소환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혼란을 수습해야 할 총리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한 총리 다음 순번인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 부총리 역시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에는 참석했다. 다만 그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경제부처 담당 장관으로서 (비상계엄이) 우리나라 경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해 강하게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헌정사상 총리가 아닌 국무위원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사례는 제1공화국 때 있었다. 1960년 4·19혁명으로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자, 허정 외무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지냈다. 부통령 체제였던 제1공화국에선 부통령이 국정 2인자였지만, 당시 부통령이었던 장면 전 부통령이 사퇴한 상태였기 때문에 수석국무위원이었던 허 전 장관에게 권한대행 자리가 돌아갔다. 허 전 장관은 헌정사상 첫 권한대행이기도 했다.
최 부총리 본인은 권한대행직 수행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11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꿈꾸고 있나"라고 묻자, 최 부총리는 "질문이 성립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지만 무슨 일이 벌어져도 우리 경제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