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해군 함정을 투입해 시리아 해군 기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를 틈탄 이스라엘 공세에 해군력까지 동원되기 시작한 것이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2019년 기소 후 5년 만에 본격 시작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부패 혐의 재판이 재차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9일 밤 자국군 해군 미사일함이 시리아 서부 항구도시 알바이다와 라타키아에 있는 해군 기지를 각각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시리아 해군 함정 15척이 정박해 있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함대 파괴 작전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며 선박 침몰을 시사했다. 실제로 라타키아 해군 기지에서 시리아 군함이 침몰해 있는 모습도 10일 공개됐다. 또 항구 무기고에 적재돼 있던 미사일 수십 기도 파괴됐다.
시리아 전역의 군사 시설을 겨냥한 공습도 이어졌다. 이스라엘군은 자국군 전투기가 수도 다마스쿠스와 중부 전략도시 홈스를 포함해 시리아 전역의 대공 포대, 공군 비행장, 무기 생산시설 등을 350여 차례 공습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지상군도 무기고와 로켓 발사대 등 130곳을 파괴했다. 이스라엘 병사들은 지난 8일 알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 망명을 택한 뒤 시리아 측 골란고원 지역에 투입됐다. 1974년 정전 협정 이후 50년 만의 지상군 침공이다.
아랍연맹(AL)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부 (권력 공백) 상황을 악용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집트 쿠웨이트 요르단 정부도 별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를 추가 점령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갈등 초점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이스라엘 접경 요충지 골란고원을 추가 점령할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 지역은 국제법상 시리아 영토이지만 이스라엘은 1981년 불법 점령하고 있던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일방적 합병 선언을 한 적이 있다. 게다가 이날 카츠 장관이 "시리아 남부에 '무균보안구역'을 조성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발언하는 등 추가 점령을 시사해 역내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 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해 세 가지 부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100만 셰켈(약 3억9,000만 원) 규모 금품 수수 혐의는 "하루 17, 18시간씩 일하느라 (사치품을 사용할) 시간도 없다"고 일축했고, 유력 매체 두 곳과 각각 '기사 거래'를 시도했다는 두 가지 혐의는 '통상적 공보 대화였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전쟁 와중에 열린 충격적인 부조리 재판"이라며 '정치 탄압' 주장도 반복했다.
재판부는 이달 내내 매주 사흘씩 네타냐후 총리를 심문할 계획이지만 시리아 전황 전개에 따라 일정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법정 발언은 피고인 답변이 아닌 정치 연설 같았다"며 "재판은 향후 몇 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