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치러진 연세대 수시 2차… "집중력 있게 봤겠나" 불만

입력
2024.12.08 16:42
13면
수험생들 "내년 법원 판단 몰라 불안"
무효 소송 1심 선고는 내년 1월 9일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1차 합격자들은 어떻게 될지, 다른 학교랑 시험일정이 겹치면 어떻게 될지 불안했으니까요."
수험생 전모(21)씨

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진행된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전형 2차 시험. 시험을 마친 대부분 수험생들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수험생과 학교 측의 법적 공방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탓이다. 이들은 "불안한 마음에 제대로 공부를 하기 힘들었다"며 "본안 선고가 있을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날 시험은 문제 유출 논란이 일었던 1차 시험(10월 12일)에 응시한 9,666명을 대상으로 치러졌다. 연세대는 1, 2차 시험의 합격자를 각각 261명씩 최대 522명 뽑되 1차와 달리 2차 시험에서는 추가 합격자를 선발하지 않을 방침이다. 1차 시험 합격자 발표 예정일은 13일이고, 2차 시험 합격자는 수시 모집 마감 시한인 26일 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뒤집히고 또 뒤집힌 법원 결정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들에겐 불확실한 상황이 반복됐다. 일부 수험생이 1차 시험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1심이 이를 받아들였다가 2심에서 뒤집혔기 때문이다. 가처분 2심 결과가 나오기 전 추가시험 실시를 발표한 연세대는 시험 무효 여부를 다투는 본안 소송 선고 이후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대로 2차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본안 소송 선고는 내달 9일로 예정돼 있다.

약 두 달 가까이 혼란을 겪어서인지 수험생들 표정은 뒤숭숭했다. 반수생 전모(21)씨는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며 "1차 결과에 따라 합격생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2차는 어떻게 되는 건지도 불확실했고, 사태가 길어지다보니 집중력을 잃은 감이 있다"고 했다. 김모(19)씨도 "시험이 끝나서 라식(시력 교정) 수술을 했는데 갑자기 2차 시험 공지가 나와서 회복과 시험 공부를 병행했다"고 털어놨다.

수험생 학부모들도 불만이 가득했다. 대구에서 수험생 아들과 함께 올라왔다는 박모(49)씨는 "중복 합격자를 제외하면 2차 시험에서 뽑히는 애들이 거의 없을 것 같다"며 "연대 논술 하나만 바라보고 1년간 학원을 다녔는데 사태가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경기 일산에서 온 A(52)씨도 "논술 재시험이든 2차를 볼 거면 빨리 봤어야 하는데 2차 시험은 추가합격자도 없고, 큰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아이 데리고 일단 나왔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2차 시험을 위해 적잖은 금액을 쓴 이들도 있었다. A씨는 "일산에서 다니던 논술학원 외에도 대치동 특강을 또 수강해서 돈이 두 배로 들었다"며 "한 타임당 9만 원이니 일주일간 45만 원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월 12일 치러진 연세대 자연계 논술 시험에선 특정 고사장 감독관의 착오로 예정된 시험 시작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시험지가 배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일부 문항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외부로 유출돼 부정행위에 악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공정성을 문제 삼은 일부 수험생들이 시험 무효 소송을 제기해 연세대와 현재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현정 기자
문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