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사흘 만에 꾸려진 검찰의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특수본 지휘부 대다수가 윤 대통령과의 근무 인연이 있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죽기 살기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본 지휘부 5명(고검장 1명, 차장검사 1명, 부장검사 3명) 중 4명이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특수본을 이끄는 박세현 본부장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8월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에 보임돼, 외국 형사사법기관과의 교류 및 국제수사공조 업무를 총괄했다. 그 뒤 서울중앙지검의 초대 전문공보관으로 발탁됐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 서울고검 형사부장(차장검사급)에 임명된 뒤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거쳤다. 올 9월엔 서울고검장으로 보임되며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았다.
특수본 수사 및 공보를 맡은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윤 대통령과 두 차례 근무지가 겹쳤다. 김 차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로 있던 2017년 5월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돼 있다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수사팀장에 낙점된 뒤, 연이은 파격 인사로 '검찰 황태자'로 등극했다. 김 차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8월에는 대검 검찰연구관으로 함께 일했다.
실질적으로 수사를 주도할 부장검사 3명 중 2명도 윤 대통령과 '특검'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최순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과 최재순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은 모두 2016년 국정농단 특검팀에 파견됐다. 다만 공공수사1부 이찬규 부장검사는 직접 근무 이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지휘부의 이력이 알려지자, 검찰에서 상사로 모시던 윤 대통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이번 내란 수사에서 검찰은 결코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수사하고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가 추진 중인 '내란 상설특검'을 통과시키고 군 검찰과 협력해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실은 내란이 아닌 직권남용으로 축소하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잡고 검찰 수뇌부와 소통하고 있다고 본다"며 "특검 발족 전에라도 필요한 일을 한다는 명분이라면 관련자 전원을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이런 우려를 인식한 듯 '엄정 수사'를 다짐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긴박한 상황에서 수사팀 전원은 죽을 각오로, 죽기 살기로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본부장 역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지휘고하 막론하고 엄정하게 끝까지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특수본에 검찰 지휘부 5명과 대검·서울중앙지검 소속 평검사 20명, 수사관 30명을 투입했다. 군검사 5명과 수사관 7명도 파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