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과 그에 따른 정국 혼란으로 부동산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하기가 힘들어진 탓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와 유예를 오락가락하는 사이 수도권 신축 아파트마저 입주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88.6으로 지난달보다 5.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은 101.9에서 90.6으로 11.3포인트나 떨어졌다. 서울도 105.2에서 100으로 떨어졌다. 입주전망지수는 주산연이 전국 주택사업자들을 설문한 결과로 기준점(100)을 밑돌면 입주 여건이 나쁘다는 뜻이다.
지수 하락세는 대출 조이기 직격탄을 맞은 수도권에서 뚜렷했다. 전국 지수는 지난달에는 소폭 올랐지만 수도권 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특히 인천(86.2)은 하락폭이 17.2포인트에 달했다. 경기(97.0)도 11.3포인트나 떨어졌다. 실제 지난달 미입주 원인별 비중을 살펴보면 잔금대출미확보가 30.9%에서 37.9%로 급등했다. 분양권 매도 지연도 1.8%에서 5.2%로 급상승했다.
입주전망지수 악화는 신축 공급 위축을 알리는 신호다. 당장은 입주를 앞두고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수분양자가 증가한다는 뜻이지만 입주가 지연되면 미래 수요·공급이 함께 쪼그라들 수 있다. 잔금 미지급→실질적 미분양 물량 증가→실수요 위축→공급 위축 현상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도 둔화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8월 둘째 주 올해 최고점(0.32%)을 찍더니 차츰 낮아져 이달 첫 주(2일 기준)에는 지난주와 같은 0.04%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금리 인하에도 상승폭은 그대로였다. 특히 강동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0.02%). 서울 자치구 아파트 가격 하락은 5월 둘째 주 이후 처음이다.
안정적 시장 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만 정부가 제기능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 등 주요 공공기관을 불러 공공주택 공급 실적을 점검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들도 조직 관리가 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정책을 예측 가능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주산연은 “입주율 저하를 막으려면 실수요자와 수분양자에 대한 잔금 대출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중도금·잔금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미분양 해소 불가, 공급 위축 부작용을 수반하기에 신중하고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