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50) 최고경영자(CEO)가 4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 한복판에서 괴한의 총격에 사망했다.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경찰은 '미리 계획된 표적 범죄'라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미국 CNN방송·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톰슨은 이날 오전 6시 45분쯤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호텔 부근에서 총격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약 30분 만인 오전 7시 12분 숨을 거뒀다. 검은색 마스크와 후드점퍼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배낭을 멘 용의자는 톰슨이 모습을 드러내기 최소 10분 전부터 호텔 주변을 서성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톰슨을 발견하자 그의 뒤에서 종아리와 등에 최소 3발의 총격을 가한 뒤 자전거를 타고 센트럴파크 방향으로 달아났다. 총기에는 소음기가 장착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경찰(NYPD)은 현장에서 확보한 탄피, 휴대폰, 물병 등을 분석하며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CNN은 "차분하고 빠르게 표적(톰슨)에 가까이 다가가며 사격하는 범행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에 비춰, 용의자는 숙련된 저격수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라고 전했다. 조 케니 NYPD 형사부장도 "용의자는 총기의 오작동을 매우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며 "총기 사용에 능숙한 듯하다"고 말했다. 앤드루 맥케이브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역시 "용의자가 명확한 의도와 준비성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NYPD는 범죄 신고·제보자에게 최대 1만 달러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는 불명확하다. 다만 톰슨의 아내 폴렛은 NBC방송에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그간 남편을 협박하는 몇몇 사람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CNN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고위 임원에 대해 우려스러운 위협이 가해졌다는 걸 회사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5월 톰슨이 사기 혐의로 당한 소송과 관련된 범죄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작년 10월 초 회사가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회사 주가를 부풀렸다는 의혹과 이번 범행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뉴욕 한복판인 록펠러센터 인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 미국 사회도 발칵 뒤집혔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성명을 내고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톰슨이 세상을 떠나 깊은 슬픔과 충격을 받았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민주당)은 "끔찍하고 충격적인 폭력 행위"라고 했고, 톰슨의 고향인 미네소타주(州)의 팀 월즈 주지사도 "미네소타 재계와 의료계에 끔찍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는 경찰에 "모든 시민의 안전 보장을 위한 조사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