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만든 사이트를 삭제하라고 결정했다.
방심위는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민주노총이 개설한 '윤석열 탄핵촉구 문자행동' 사이트 관련 안건에 대해 긴급 심의를 진행한 후 즉시 삭제 조치를 의결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이날 새벽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한 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에 찬성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수백~수천 건씩 쏟아졌다. 이에 이 사이트에 대한 신속 심의 민원이 접수됐고, 방심위원 정원 9명 중 대통령이 추천한 3명(류희림 위원장, 강경필·김정수 위원)으로 구성된 방심위는 만장일치로 긴급 심의를 결정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탄핵 투표는 법상 비밀투표, 무기명 표결이다. 의원 개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문자가) 그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며 "시정요구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강경필·김정수 위원도 "개인정보가 이렇게 노출된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하다"며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고 그들의 양심으로 해야 할 사안에 대해 압박하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3명의 위원은 이 문자 발송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위반된다고 보고 만장일치로 시정요구를 결정했다. 위원들은 또 "7일 탄핵 투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사이트이므로 즉시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방심위의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 홈페이지는 방심위의 통제 대상이 아니며, 방심위의 월권"이라며 "국회의원은 공인이며 문자 발송은 중차대한 표결을 앞둔 국민의 당연한 의사 표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지에서 "현재 개인정보인 국회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무단으로 사용해 조직적, 집단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위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과 업무방해 등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