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세우게 한 지난 3일 대전 관저중학교 체육관은 운동에 몰두한 학생들의 에너지로 바깥과 사뭇 다른 공기를 내뿜었다. 한쪽에선 여학생들이 넷볼(각 7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드리블과 패스 없이 정해진 구역에서만 움직여 공중에 있는 골대에 공을 넣는 스포츠) 훈련으로 땀을 흘렸고, 다른 쪽 코너에서는 남학생들이 풋살 전술 훈련을 진행했다.
넷볼 주장 이예은(3년)양은 “중학교 입학 전에는 넷볼이라는 종목을 몰랐는데, 선생님께서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1학년 때 바로 시작했다”며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많은 대회에도 나갈 수 있어 정말 재밌다”고 말했다.
중학교 입학 후 운동을 시작한 학생은 예은양뿐만이 아니다. 관저중 전교생 782명은 기본적으로 1개 종목 이상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꼭 방과 후 활동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은 일과 전, 점심시간, 주말 등에 모여 땀을 흘리고, 체육수업과 연계해 교내 리그전을 실시하기도 한다. 학년별·학급별로 대회도 치른다. 예를 들어 올해 2학기에는 1학년 얼티미트(플라잉디스크를 이용해 경기하는 팀 스포츠로, 디스크를 가지고 상대 팀 득점 구역으로 들어가면 점수를 얻는 스포츠), 2학년 축구, 3학년 배드민턴 종목으로 리그를 치르고 있다. 학생들은 이외에도 배구,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접한다.
임경옥 관저중 교감은 "우리 학교는 1년 내내 스포츠 활동이 없는 날이 없다"며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과 협동심 향상에 체육 활동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명이 교장 역시 "올해 3월 부임했는데, 학교 규모에 비해 학원폭력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1년 가까이 함께 생활을 해보니 그 밑바탕에 학교 스포츠가 깔려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체육활동은 학생들의 성취감도 높인다. 관저중 넷볼부는 올해 ‘클럽대항 청소년생활체육 넷볼대회’ ’교육감배 넷볼대회’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축전’ 정상에 서는 등 최근 몇 년간 스포츠클럽 넷볼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예은양은 "1학년 우승 때는 좀 얼떨떨했는데, 이제는 ’내가 정말 잘하는 분야가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든다"고 말했다. 이하은(1년)양은 "관저중 넷볼부가 유명해서 운동을 시작했다"며 "언니들과 함께 호흡하며 많이 배운다"고 설명했다.
풋살부 김시현(3년)군 역시 "1학년 때부터 풋살부에서 활동했는데, 서로 소통하고 빈 곳을 채워주면서 팀워크가 좋아지고 있다"며 "‘우리마을스포츠클럽 동고동락’ 대회 우승, ‘교육감배’ 준우승 등 성과를 내니 더욱 즐겁다"고 밝혔다.
선수 전원이 모여 훈련에만 매진해야 하는 엘리트 스포츠와 달리 개인의 일정에 맞춰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도 스포츠클럽의 매력이다. 이날도 넷볼 선수 중 일부가 학원을 가기 위해 먼저 자리를 떴다. 풋살부를 지도하는 백승훈 교사는 "방과 후에는 아이들 학원 일정이 있다 보니 훈련 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영한다"며 "보통 일주일에 두세 번 오전과 점심시간을 활용해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넷볼을 지도하는 김희용 교사는 "스포츠클럽의 가장 큰 매력은 수업과 연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수업에서 접한 운동을 발전시켜보고 싶은 아이들이 모여 대회에 나가니 성적도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스포츠클럽은 한발 더 나아가 학생들이 엘리트 선수에 도전하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김희용 교사는 "며칠 전에도 학생 한 명이 엘리트 농구선수에 도전해보겠다며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봤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이 운동 욕구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게끔 장소와 시간을 만들어주는 게 스포츠클럽의 역할이다. 학교에서 충분히 지원을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