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처음 개발됐을 때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했지요. 너무 가볍고 편리하고 싸고 견고하니까요. 하지만 100년여 만에 (플라스틱 오염으로) 그 선물이 재앙이 되는 과정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만든 게 사람이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사람입니다."(3일 열린 '100만 소비자의 NO 플라스틱 약속' 기자회견 중)
플라스틱 오염은 전방위적이다. 인체에 소리 없이 축적되는 미세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해양오염,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 동안 배출되며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온실가스···. 이런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가겠다는 데 10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3일 오전 소비자기후행동, iN아이쿱자연드림, 라이프케어이종연합회 등의 회원 수십 명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 앞에서 '100만 소비자의 NO 플라스틱 약속, 1,000만까지 YES'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시대에 플라스틱 생산량과 소비량 감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플라스틱 생수병을 사용하지 않고,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줄여가는 노력을 함께하겠다'는 내용에 이날까지 소비자 100만여 명이 온·오프라인 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민숙 소기행 전남 대표는 "지구 바다 곳곳에 떠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섬이 2011년에는 남한 면적 절반 정도 크기였지만 지금은 16배로 더욱 거대해졌다고 한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폭염과 한파를 물리치고 노력하여 'NO 플라스틱 100만 서명'에 달성했고,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시민들보다 더 열심히 나서서 움직여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20세기 초 발명된 플라스틱은 원료 99%가 화석연료로, 전 생애주기에 걸쳐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국제환경법센터(CIEL) 2019년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소각 과정에서 대기 중에 방출된 온실가스는 2019년 8억6,000만 톤에 달했으며, 이는 500메가와트(MW)급 석탄화력발전소 189기 배출량과 맞먹는다. 현재와 같은 생산량 증가 추세가 계속되면 배출량은 2030년 13억4,000만 톤(295기), 2050년 28억 톤(615기)으로 폭증하게 된다.
특히 플라스틱 전 주기 동안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91%가량은 △원유로 합성수지 생산(61%) △플라스틱 가공(30%), 즉 생산 단계에서 배출된다. 나머지 소비와 폐기 과정이 9%를 차지한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비 감축과 폐기물 처리 고도화도 중요하지만, 원재료인 1차 폴리머를 비롯한 생산 감축이 필수라고 국제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유다.
당초 생산 규제를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다루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문안이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됐으나, 국가 간 이견을 끝내 조율하지 못하고 2일 빈손으로 폐막했다. 유엔 회원국들은 내년에 INC5.2를 열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