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라운드 끝나갈 뿐인데… 1위와 꼴찌 차 '확연'

입력
2024.12.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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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막바지를 향해가는 프로배구 남녀부에서 일찍이 순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리그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상하위권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리그 흥행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현재 남자부는 대한항공(승점 25)과 현대캐피탈(승점 23)의 양강 구도가 굳어진 가운데, 다른 5개 팀들과의 승점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나란히 11경기를 치른 1위 대한항공은 7위 OK저축은행(승점 7)과 승점차를 18점까지 벌렸고, 3위 우리카드(승점 17)와도 승점 8점차로 달아나있다.

여자부는 더 심각하다. 1위 흥국생명(승점 32)이 개막 11연승으로 독주 체제를 굳힌 가운데 최하위 3개 팀은 아직 승점 10점을 넘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 특히 흥국생명과 7위 GS칼텍스(승점 5)의 승점차는 27점까지 벌어졌다. GS칼텍스가 아직 1경기를 덜 치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격차다.


문제는 최하위권 부진의 원인이 용병의 부상과 고전에 있어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리그 도중에 영입하는 게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난 트라이아웃에 지원했던 선수 중에서 선택해야 해 풀이 한정돼 있는 탓이다.

실제 남자부 한국전력(승점 14)은 지난달 6일 외국인 선수 엘리안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순식간에 5연패를 당해 순위가 5위까지 추락했지만, 아직까지 대체 선수를 찾지 못했다. 최근 가까스로 나이지리아 출신의 윙 자원을 구했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부상이 발견돼 계약이 좌절됐다.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승점 8·6위)도 지난달 5일 아시아쿼터 유니 방출 후 한 달여 만인 이날 새 용병을 영입했다. 그마저도 대체자를 찾지 못해 지난 시즌 재계약을 포기했던 타나차를 다시 데려오는 방법을 택했다. GS칼텍스도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아시아쿼터 와일러의 대체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195㎝가 넘는 장신의 날개 공격수가 많지 않다 보니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체 선수를 데려온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V리그가 처음인 용병들에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재빠른 순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페퍼저축은행이 개막 2경기 만에 외국인 선수 자비치를 보내고 테일러를 영입했지만, 한동안 7연패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했던 게 대표적이다. OK저축은행도 루코니 자리를 대신한 크리스의 공격성공률이 아직 38.81%에 그치고 있어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위권 팀들의 계속된 부진으로 인한 순위 양극화는 V리그 전체 흥행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상위 2, 3개 팀들 간 맞대결 외에는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흥행 실패는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대체 용병 영입 때만이라도 선수 풀을 넓게 가져갈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하거나 아예 자유계약(FA)으로 열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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