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뽁뽁이' 붙이고 집에서도 '긴팔' 입어요…겨울철 적정 실내온도 지키기

입력
2024.12.04 04:30
19면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 18~20도
1도 낮추면 탄소배출 231kg 감축
'뽁뽁이' 재활용해 창문에 붙이고
집에서도 도톰한 긴팔 옷 착용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2~3주 전까지 가을 단풍이 울긋불긋하더니 어느덧 큰 눈이 내리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에는 117년 만에 가장 큰 폭설이 내렸다고 하네요. 기록적 폭염으로 뜨거워진 서해 바다가 '눈폭탄 구름'의 원료 역할을 했다고 하니 이상기후 문제가 다시 한번 느껴집니다.

겨울철에 실천할 수 있는 일상 속 기후행동은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운 겨울 방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보일러를 강하게 돌리는 겁니다. 방 온도가 올라가 후끈해지면 반팔, 반바지만 입고 있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보일러를 조금만 덜 돌리는 것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단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요즘 보일러들은 연료를 두 번씩 태우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 적용됐다지만 보일러를 꼭 필요한 만큼만 돌리는 것이 보다 근본적으로 유익하겠지요.

난방 1도 낮추면 탄소 231kg 감축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는 18~20도입니다. 환경부는 난방온도를 1도 낮추면 가구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231kg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난방을 위해 돌아가는 보일러와 가스설비 등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소나무 1그루를 심으면 연간 5kg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난방온도를 1도 낮추면 소나무 약 46그루를 심는 셈입니다. 여름철에도 냉방 온도를 1도 낮추면 똑같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231kg을 줄일 수 있다고 하니 적정 실내온도 유지는 일상 속 기후행동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해봤습니다. 우선 방 안의 온도를 체크해보니 23도입니다.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 범위인 19도까지 온도를 낮춰 설정하고 난방을 적게 해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해봤습니다.

택배 뽁뽁이 붙여서 찬바람 막아봐요

우선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아봤습니다. 창문은 틈새를 막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리에 단열재를 덧대어 붙이는 것도 효과가 좋다고 하네요. 창문을 통과해 들어오는 찬 공기를 막기 위해 얼마 전 주문한 크리스마스 용품을 감쌌던 포장용 에어캡, 일명 '뽁뽁이'를 붙여보기로 합니다. 에어캡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물건을 보호해주는 완충재 역할도 하지만 단열재로 사용하면 실내온도를 약 3도가량 높여준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이런 효과 때문에 마트나 잡화점에서는 단열용 에어캡을 따로 팔기도 하는데요.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는 단열 에어캡을 따로 구매하는 것은 환경을 보호하는 데 적절치 않은 것 같아 택배 포장에 동봉된 뽁뽁이를 재활용했습니다.

붙이는 법은 간단한데요. 우선 에어캡을 창문 크기에 맞게 잘라줍니다. 창문에 붙이기 전 수건에 물을 묻혀 표면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분무기로 물을 두어 번 뿌린 다음 위에서부터 붙여주면 됩니다. 올록볼록한 표면이 창문과 맞닿도록 방향을 잡고 손으로 쭉쭉 펴주면 별도의 접착제가 없어도 부착이 가능합니다. 손을 대보니 붙이기 전과 후의 창문 온도에서 확실히 차이가 느껴집니다.

단, 에어캡이 택배 포장에 동봉돼 온다면 재활용을 할 수 있지만 따로 구매하는 것은 플라스틱 소비를 늘릴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재활용할 수 있는 뽁뽁이가 마땅치 않다면 암막커튼처럼 일반커튼보다 조금 더 두꺼운 커튼을 창가에 달아 외풍을 막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책장이나 옷장 같은 큰 가구를 창가 쪽으로 배치하면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를 볼 수 있지요. 방 창문보다 조금 높게 책장과 서랍을 배치해보니 한낮 채광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도 도톰한 긴팔 옷 입기

우리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겨울철에는 집에서 입는 옷을 조금 더 두껍게 입어보는 거죠. 개인적으로 집에 들어오면 두꺼운 옷 대신 얇고 편한 옷을 입는 것을 선호하는데요. 이번 겨울부터는 조금 더 도톰한 맨투맨 티셔츠와 기모가 들어간 체육복 바지를 입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실내활동을 하는 것이 영 익숙지가 않았는데요. 특히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울 때 어색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2~3일이 지나고부터는 몸이 두꺼운 옷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불편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활동하는 것도 편해졌습니다.

여기에 내복을 겹쳐 입으면 보온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두꺼운 옷 한 벌만 입는 것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야 더 큰 체온 유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내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체온이 3~6도가량 오른다고 하니 난방을 줄이는 데 큰 몫을 할 수 있습니다. 두툼한 수면양말을 신거나 바닥에 러그 또는 카펫을 깔아 방바닥 온도를 따뜻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난방을 줄이기 위해 보일러를 계속해서 꺼두는 것은 오히려 환경에 더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실내 기온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다시 기온을 올리기 위해 더 오랫동안 보일러가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잠깐 외출할 때는 온도가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적정 기온보다 살짝 낮은 온도로 설정해놓는 편이 좋습니다.

포근한 가을 날씨 뒤에 폭설이 내리는 한겨울이 곧장 찾아오면서 한반도에 봄과 가을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늦가을 바람에 실려오는 초겨울 냄새를 맡아볼 시간도 점점 짧아지는 것 아닐지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어쩌면 올여름 더위처럼 이번 겨울에는 예상치 못한 맹추위가 기승을 부릴지 모릅니다. 겨울철 일상 속 기후행동을 조금씩 실천한다면 사계절의 즐거움을 조금 더 오래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