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추가 분담금을 못 내겠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정부가 분담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에 함께 관여한 SK케미칼과의 분담비율을 잘못 계산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최수진)는 애경산업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상대로 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추가 분담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29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107억4,548만 원 피해 구제 추가 분담금 부과 처분을 취소한다"면서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선고했다. 다만, 애경산업이 추가 분담금 근거가 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 청구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각하했다.
환경부는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법에 따라 18개 사업자로부터 1,250억 원의 분담금을 걷었다. 분담금이 소진되자 지난해 2월 23개 사업자에게 같은 금액을 재부과해 걷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5월 더 이상 분담금을 낼 수 없다는 취지로 추가 부과 조처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애경산업 측은 추가 분담금이 적절히 산정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해당 처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정부가 애경산업과 같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는 데 관여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간 분담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관련 시행령 제35조는 분담금 공동 납부에 대해, 분담금 또는 추가 분담금을 산정하는 데 있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데 관여한 복수 사업자들 사이 분담비율을 합리적으로 정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 사건에서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사이 분담비율을 2대 1로 산정했다. 판매단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제품의 판매단가를 조사하는 절차를 거쳤다거나 2대 1 비율을 산정한 이유를 확인할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시행령 기준을 준수해 적법하게 산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은 평등의 원칙 내지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