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곤지암'은 왜 탄생하지 않을까

입력
2024.11.30 14:12
267만 관객 동원했던 '곤지암'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

2018년 개봉한 '곤지암'은 267만 관객을 동원했던 화제의 공포 영화다. 당시 대중에게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이 주연으로 활약했으나 흥행에 성공했다. 아쉬운 점은 제2의 '곤지암'이 쉽게 탄생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인 중심의 공포영화가 이따금씩 대중을 만나고 있지만 극장가에서 큰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공포영화는 일반적으로 제작비 규모가 중저가이다.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선택받는 이 장르의 작품들은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출연료 비싼 배우 대신 신인 연기자들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2018년의 화제작 '곤지암'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이승욱 유제윤 등이 주연을 맡았는데 지금과 달리 당시 이들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않은 상황이었다.

신인을 내세우는 경향에는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손주연 강신희 정하담과 그룹 위키미키의 김도연이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은 현실이 되어버린 개교기념일 밤, 저주의 숨바꼭질에서 살아 남아야만 하는 공포를 그렸다. 지난 6일 개봉한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3만 관객의 벽을 쉽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유형의 다른 영화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이푸름 권민혁 김모범 김준형 심소영이 주연을 맡은 영화 '스트리머'는 지난해 개봉했는데 마찬가지로 3만 관객을 돌파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한 BJ가 남긴 괴이한 영상의 진위를 밝히겠다며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5명의 스트리머들이 맞닥뜨린 일들을 생중계 화면으로 담아낸 공포 영화다.

대중의 눈높이 변화로 공포 영화가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포 자체가 마니아들의 장르인데, 관객들의 눈높이까지 높아져 많은 관객들을 동원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차별화된 스토리와 화려한 출연자 라인업으로 무장했던 '파묘'처럼 이례적인 흥행 사례가 나오기도 하지만, 신인 배우 중심의 공포물들이 이 작품만큼의 품질을 선보이긴 어렵다.

'곤지암'이 개봉했던 2018년에서 시간이 흐르는 동안 관객들의 눈높이는 더욱 높아졌다. '곤지암'이 지금의 극장가를 찾았다면 200만 넘는 관객 수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곤지암' 역시 267만 관객을 동원했으나 포털 사이트 영화 페이지에는 "임팩트가 부족하다" "그렇게 무섭지 않다" 등의 비판글이 남겨져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본지에 "대중의 입맛이 고급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의 공포 영화들이 극장을 찾은 관객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포 장르의 영화가 극장보다 IPTV, OTT 등 부가판권시장에서 승부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극장가를 빛내는 신예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과거 '여고괴담' 시리즈가 '신인 등용문'으로 불렸듯 언젠가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는 공포물들이 각광받길 바란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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