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간병 온 며느리 아령으로 내려친 90대 시아버지 ‘징역 4년’

입력
2024.11.23 10:27
"안 좋은 쌀로 밥 지어" 시비 끝
3㎏ 아령으로 여러 차례 내리쳐
법원 "살인의 미필적 고의 있어"

시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온 며느리를 살해하려 한 90대 시아버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95)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 전북 전주의 자택에서 TV를 보고 있는 큰며느리 B씨의 머리를 3㎏짜리 아령으로 여러 차례 내려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의식을 잃은 B씨가 깨어난 이후에도 목을 조르는 등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B씨는 머리뼈에 금이 갈 정도로 크게 다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시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시댁에 머무른 B씨와 범행 며칠 전부터 사소한 문제로 다퉜다. A씨는 식사 자리에서 B씨에게 “너희만 좋은 쌀로 밥 먹고, 내 건 안 좋은 쌀로 밥을 지었느냐”며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A씨는 이후 B씨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했고, B씨가 “아버님이 나가시라”고 되받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기 위해 극약을 샀다. A씨는 음독 전 B씨를 해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며느리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에 사용된 도구와 피해자의 부상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휘두른 아령에 맞은 피고인이 깨어나 도망가려는 상황에서도 범행을 계속했다”며 “이러한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 없이 우발적으로 상해를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현재까지도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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