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에 고모가 자살했다"...고통이 삶을 잠식할 때 자살을 직시한다는 것

입력
2024.11.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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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뤼크의 '자살의 언어'

'열한 살, 고모가 죽었다.'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인 크리스티안 뤼크가 쓴 '자살의 언어'는 이렇게 시작한다. 본인의 이야기다. 어린아이가 경험했을 감정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당황스러운 것이었을지 대번에 느껴진다. 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고모의 자살 사건을 회상하며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왜 자살을 할까, 자살을 통해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잘못일까, 대체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에 이르게 하는가.

누군가는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 자살을 택하지만 누군가는 스스로의 존재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삶을 놓는다. 자기를 파괴한 사람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사람들, 명예를 위해 죽음을 택한 사람들, 안락사를 신청한 사람과 조력하는 배우자들, 자살 직전 다른 길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러 증언과 연구를 거쳐 사회 전체와 역사로 나아간다.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자살이 초래한 사회적 파장, 일본의 할복 문화 등 역사적으로 죽음에 천착한 작가와 사건을 두루 다루면서 자살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시선과 해석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담담히 보여준다.

결국 모든 자살이 가리키는 바는 '삶'이다. 저자는 말한다. "삶을 포기하게 하는 자살을 정면으로 다룰 때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을 직시하고, 인간적이고 유의미한 삶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사색하게 된다"고. 생의 마지막 순간이 어떨지 고민하는 이들, 가까운 사람의 자살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소용될 말이다.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