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식당 A.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 후기만 1,300개 이상인 인기 식당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음식들이 특이하다. 영어로 '떡'을 뜻하는 '라이스 케이크'(Rice cake)를 시키면 '떡볶이처럼 보이는' 메뉴가 나오는데 사실 떡볶이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떡볶이는 떡을 고추장 등 소스에 볶아 따뜻하게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의 음식은 칠리 소스에 떡을 버무려 내는 형태다. 비빔밥에는 단무지·오이무침·양배추 절임 등 '통상적 비빔밥이라고 보기 어려운 재료'가 들어간다.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객은 "이건 결코 한국 음식이 아니다. 다른 외국인들이 이 음식을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할까 봐 너무 걱정이 된다"는 온라인 후기를 남겼다.
#2. 베를린 소재 또 다른 한식당 B는 '돼지고기 된장찌개'와 '해물 된장찌개'를 판매한다. 그러나 영어 표기법을 보면 두 메뉴에 모두 일본식 장을 뜻하는 '미소(Miso)'가 적혀 있다. 된장과 미소는 둘 다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것이지만 미소는 콩 외에도 쌀, 보리 등이 첨가되고 발효 과정에서 작용하는 균 또한 달라 된장과는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한식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한식당도 늘어나고 있다. 베를린 소재 한식당만 100여 개라는 게 주독일한국문화원(문화원) 설명이다. 한식을 '기타 메뉴' 격으로 판매하는 음식점까지 따지면 셀 수조차 없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0여 개에 불과했다는 게 문화원 설명이다.
그러나 양적 성장은 부작용도 가져왔다. 한식 정보가 부족한 이들이 판매에 가세하면서 앞서 사례로 언급한 식당들과 같이 '한식으로 보기 애매한 음식'이나 '잘못된 표기법을 지닌 한식'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화원은 이를 '식당만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중식, 일식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한식이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가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원은 올해 초부터 외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 등을 대상으로 '한식 바로 알리기' 캠페인에 돌입했다. 잡채, 불고기, 비빔밥 등 주요 한식에 대한 올바른 표기법과 기본 조리법이 담긴 책자를 배포한 것이다.
최근에는 캠페인을 더 확대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비빔밥 만들기' 강좌를 연 것이다. 6일(현지시간) 문화원에서 진행된 강좌에는 베트남,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10여 명이 참석했다. 강사로는 주독일 한국대사관의 김수영 관저 요리사가 나섰다. 김수영 요리사는 이날 콩나물, 무, 호박, 당근, 소고기, 계란 등을 활용한 비빔밥 만들기를 직접 선보였고, "비빔밥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한 그릇으로 섭취할 수 있는 매우 건강한 요리" 등 정보도 살뜰히 곁들였다.
참석자들은 만족감을 표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에서 '원데오 치킨'이라는 베트남 겸 한국 음식 식당 4곳을 운영하는 부 기아 후이 레는 "원래는 미역, 김치, 오이가 들어간 비빔밥을 판매했는데 오늘 정통 조리법을 알게 돼 좋았다"며 "현재 팔고 있는 한식은 비빔밥, 치킨, 길거리 토스트뿐인데 앞으로 더 많이, 제대로 배워서 종류를 늘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양상근 문화원장은 "올바른 한식 문화가 독일에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