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딜레마... 산업·기업·소비 양극화 확대→저성장 심화"

입력
2024.10.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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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회 있는 일부 분야에
자본과 인력 집중, 경제 활력↓
균형 맞추는 정책적 노력 필요"

한국 경제가 양극화와 저성장이 꼬리를 물고 서로를 심화시키는 '우로보로스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업, 산업, 소비 부문의 고른 성장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일 하나금융연구소는 '2025년 일반산업전망' 보고서를 내고, 내년 핵심 이슈로 '저성장이 불러온 불편한 손님, 양극화'를 꼽았다. 연구소는 "팬데믹 이후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과거보다 심화했는데, 성장 기회가 있는 일부 분야에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면서 사회 전반에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산업 부문의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이 집중되고, 내수 중심의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기업 부문은 자동화, 디지털 전환 등 신기술 도입 속도와 활용률 차이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격차가 기업 격차로 이어지는 흐름이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소득 격차, 고령화로 인한 소비 양극화는 금리 인하에 따른 내수 회복의 불씨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등 자산 양극화, 부채 부담,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 영향력 확대는 고가형과 저가형의 소비시장 양분화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오유진 연구위원은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경우 전반적인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저출산 대책 강화, 고른 성장을 위한 중소·중견기업 지원 확대,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산업·기업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국내 산업 성장세는 올해보다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요국이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하면서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여건이 안정화하는 가운데 고부가제품 판매가 늘어나며 영업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고령화가 빨라지고 한국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중국 경기가 부침을 겪으면서 이를 상쇄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해 반도체 등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성장 둔화 압력이 증대될 것이란 예상도 덧붙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국내 주요 산업은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 또는 폐지로 인한 2차전지와 전기차 산업의 수익성 악화, 수입 관세 인상에 따른 철강, 자동차산업의 수출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방위산업의 경우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수출 기회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봤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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