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최원태 딜레마'에 빠졌다. 계속 쓰자니 믿음이 안 가고, 안 쓰자니 마땅한 대체 선발 투수가 없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최원태는 가을만 되면 유독 힘을 못 쓴다. 포스트시즌 통산 17경기에 나가 승리 없이 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16을 기록해 정규시즌 통산 성적(78승 58패 평균자책점 4.36)과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KT와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1.1이닝만 던지고 5점을 내줘 평균자책점 33.75로 크게 부진했는데, 이번 시즌에도 큰 경기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정규시즌 동안 삼성을 상대로 두 차례 선발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로 잘 던졌던 최원태는 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서 다시 만났지만 고개를 숙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13일 삼성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이제 포스트시즌에서 잘 던질 때가 됐다"며 "삼성을 상대한다면 (공이) '긁히는 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를 걸었으나 3이닝 7피안타(2홈런) 5실점으로 무너졌다.
최원태는 앞선 KT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2.2이닝 3실점(2자책)으로 일찌감치 물러났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둔 최원태에게 이번 부진은 대형 악재다. '가을 야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최원태를 향한 믿음이 사라진 염경엽 LG 감독은 남은 시리즈에서 활용할 대체 선발 카드를 1차전에 테스트했다. 4-7로 뒤진 7회말 1사 1, 2루 위기 때 최원태를 대체할 후보로 이지강을 선택했지만 이지강은 0.2이닝 동안 볼넷만 2개를 내줬다. 염 감독은 "최원태가 안 좋고 5차전까지 생각해서 이지강을 올렸는데, 최원태가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불펜으로 돌린 LG의 선발 자원은 현재 디트릭 엔스, 임찬규, 손주영, 최원태 네 명이다. 등판 순서는 14일 2차전 엔스, 16일 3차전 손주영, 17일 4차전 임찬규로 예정됐다.
1차전을 내준 LG가 반격에 성공해 시리즈를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 해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19일에 최종 5차전이 열린다면 다시 최원태가 나서야 할 차례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벼랑 끝에 놓인 최원태에게는 가을 악몽을 떨쳐낼 마지막 기회다. 다만 LG는 최원태를 선발로 낸다면 모든 투수들을 뒤에 대기시켜 놓고 일찍 불펜을 가동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