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명 몰린 천안 빵빵데이 축제...'호두 첫 재배지' 자부심 먹고 쑥쑥

입력
2024.10.14 15:50
12,13일 '2024 빵빵데이' 축제 대성황 종료
다양한 체험 행사 등 풍성해진 콘텐츠 '비결'
'호두 시배지' 광덕면 호두 재배농가 첫 참여
"시배지 스토리텔링 강화, 축제 지속성 제고"

충남 천안에서 열린 ‘빵빵데이’ 축제에 23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5만 명이 다녀간 2022년과 비교하면 무려 5배 가까이 많은 인파다. 전년(14만 명)과 비교해도 60% 이상 큰 규모다. ‘호두과자 본고장’ 천안이 빵의 도시로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천안시는 지난 12, 13일 이틀 동안 천안종합운동장 일원에서 열린 ‘2024 빵빵데이 천안’ 축제에 작년보다 12개 많은 50개의 지역 업체가 참가, 해당 부스 등 축제장에 총 23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신생 축제의 대성황 배경엔 풍성한 축제 콘텐츠가 꼽혔다. 천안시 관계자는 “체험프로그램 참가자가 지난해 300팀 1,200여 명에서 올해 584팀 3,000여 명으로 배 이상 늘고, 행사에 참여한 8개 기업이 지역 생산 원유로 만든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등 전년보다 행사 내용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호두과자 굽기, 반려견 빵 만들기, 천안 프렌즈를 활용한 쿠키 만들기,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쌀 머핀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박상돈 시장은 “빵빵데이는 단순한 소비형 축제가 아닌 지역의 문화, 관광, 대학, 기업 등이 연대해 시너지 효과를 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축제에서는 ‘호두과자의 본고장 천안’에 어울리는 성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 호두 시배지로 유명한 천안시 광덕면의 150여 호두 농가가 처음으로 참여,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광덕면의 호두 농가에서 생산되는 호두는 전량 영농조합(천안호두유통센터)을 통해 전국에 공급되는데, 2년 전부터는 국산 호두 소비 촉진 차원에서 센터에서 직접 호두과자를 만들고 있다.

소유진 센터장은 “생긴 지 2년밖에 안 된 호두과자라 농가들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천안시의 권유도 있고 해서 참여했다”며 “하루 판매량으로 준비한 300상자가 순식간에 팔려나가 모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센터에서는 이틀간 행사 부스에서 600상자 조기 매진 기록을 세웠다. 미처 구입하지 못한 이들은 택배 주문을 하거나, 광덕면에 있는 영농조합까지 들이닥치면서 농가들은 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인기 비결은 재료. 이곳 호두과자에는 광덕에서 생산된 호두와 국산 찰보리, 동물복지 유정란, 단호박 앙금 등 최고급, 100%의 국산 재료만 들어간다. 팥소 대신 국산 단호박을 사용해 설탕 사용량을 줄여서 당뇨환자, 노인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비결이다. 소 센터장은 “마을 가로수가 모두 호두나무일 정도로 주민들은 호두 첫 재배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우리가 만든 호두과자가 수십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다른 호두과자를 제치고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까, 시배지 호두 농가로서 일종의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호두는 1290년 고려시대 류청신이 원나라에서 가져온 호두 묘목을 천안시 광덕면 내 광덕사 인근 야산에 심으면서 시작됐다. 700여 년 된 호두나무가 광덕사 경내에서 자라고 있으며, 매년 200kg가량의 호두를 생산한다. 호두과자는 1933년 제빵사 조귀금씨 부부가 이곳 광덕에서 생산된 호두를 밀가루와 달걀 반죽, 팥소에 넣어 구워내면서 시작했다.

소 센터장은 “천안 명물 호두과자 없는 빵의 도시 천안은 앙꼬(팥) 빠진 단팥빵이 될 것”이라며 “빵빵데이 축제를 키우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호두에 얽힌 900년 된 스토리텔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축제 참여를 계기로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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