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격랑에 출렁이는 증시... 투심은 달러·금 안전자산으로

입력
2024.10.02 17:00
코스피 -1.2%, 닛케이 -2.2%
삼전, 장중 6만 원 밑돌기도
달러 뛰면서 환율 12원 급등
정부 "모든 가능성 열고 대응"

이란-이스라엘 전면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한국 증시 새 악재로 떠올랐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1.22%(31.58포인트) 내린 2,561.69에 장을 마쳤다. 이란이 공격 중단을 시사하면서 오전 중 낙폭을 줄였으나, '이스라엘이 며칠 내 중대한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알려지면서 오후 들어 하락폭을 넓히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반도체 겨울'론, 미국 반도체주 약세 등 연타를 맞은 결과 장중 6만 원을 밑도는 등 주가가 작년 초 수준으로 되돌림했다. 종가는 6만1,300원이다. 일본 닛케이225는 2.18% 급락했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서 이탈한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이날 주간거래(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2원 가까이 급등한 1,319원에 마감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간밤 금 선물(12월 인도분)은 1.16% 상승한 온스(28.3g)당 2,690달러로 마감해 전고점(2,696.9달러)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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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측면에서도 증시가 탄력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견해가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9월 고용보고서는 지난달과 비슷할 것으로 컨센서스(합치된 견해)가 형성돼 있으나, 전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고용 세부 지수가 예상치를 하회해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동부항만 파업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고용보고서는 우리 시간 4일 오후 9시 30분 발표한다.

중동 긴장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해 실물경제에도 위협이다. 간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영국 브렌트유 모두 2% 이상 급등했고, 이날 오후 4시 40분 기준 아시아시장에서도 추가로 2% 이상 상승해 배럴당 70달러를 웃도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은 긴장감을 갖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중동 사태 관련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새벽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후 원유 수급과 수출입, 공급망 등에 대한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나, 향후 사태 전개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점검과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은행도 이날 유상대 부총재보 주재로 중동 사태 관련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향후 이스라엘의 대응 여부 및 강도 등에 따라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국외 사무소 등과 연계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중동 사태 진행 양상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다양한 파급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주영 기자
세종= 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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