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풀로 뛰고 싶다."
어깨 부상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을 조기마감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귀국 길을 통해 올 시즌의 소회와 다음 시즌 목표를 전했다.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정후는 "(2023시즌 발목 부상과 올 시즌 어깨 부상으로) 2년째 풀 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며 "야구가 가장 많이 늘어야 하는 시기에 경기를 쉬고 있어서 걱정이 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잘하든 못하든 경기에 출전해서 한번 제대로 부딪혀보고 싶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앞서 그는 5월 13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전에서 1회초 수비 도중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타구를 잡기 위해 뛰어올랐다가 펜스에 몸을 강하게 부딪힌 뒤 교체 아웃 됐다. 이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은 그는 왼쪽 어깨에서 '구조적인 손상'을 발견했고, 6월 초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으며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데뷔 첫 시즌 성적은 37경기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41. 지난해 12월 ‘6년 1억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단과 본인 모두에게 아쉬운 성적표다.
그는 부상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 겪는 부상이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2018년 넥센 시절 수술을 했던 부위라) 그 느낌을 바로 알았다"며 "처음에는 이미 수술받았던 부위라 심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병원 진료 때부터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예상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그는 앞으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몸 상태는 80~90% 회복됐다"며 "본격적인 야구 훈련은 11월부터 구단이 준 프로그램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소화하면 내년 스프링캠프 합류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그는 2018년에도 수술을 받은 후 4개월 만에 재활을 끝내고 2019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른 바 있다.
비록 예상보다 일찍 시즌을 마치긴 했지만, 그는 빅리그 첫 시즌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김하성이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와의 개막 시리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경기를 많이 못 뛰어서) 점수를 매길 건 없지만, 재활을 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빅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멘털적으로 성숙해진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책임을 물어 이정후를 영입했던 파르한 자이디 사장을 경질했다. 신임 사장에는 팀 포수 출신인 버스터 포지가 선임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정후의 입지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수뇌부의 결정인 만큼 딱히 할 말은 없다. 내가 할 일만 잘하면 될 것"이라며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