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들을 조명하는 드라마들이 주로 다뤄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여유가 없어 부모와 동거 중인 청년들을 뜻하는 캥거루족, K-장녀 등 현재의 젊은 세대들이 여러 캐릭터로 다뤄지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tvN '엄마친구아들'과 JTBC '가족X멜로'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K-장녀와 철부지 남동생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거나 일찍 성숙해져야 했던 자녀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들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엄마친구아들'에서 이승협이 분한 배석류(정소민)의 동생이자 헬스 트레이너를 꿈꾸고 있는 배동진은 K-장녀에 밀린 남동생으로 분했다. 극 중 동진은 SNS 스타가 되기 위해 엄마 나미숙(박지영)에게 거액을 투자하라고 하는 등 헛된 꿈을 꾸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한숨을 자아낸다. 무작정 헬스장을 퇴사하거나 누나인 배석류에게 거침없이 대드는 모습이 주로 담기는데 이는 어쩐지 낯설지 않다. '가족X멜로'의 미래(손나은) 남동생인 변현재(윤산하)는 가족들 몰래 사고를 치는 인물이다. 누나 몰래 휴학을 한 후 사업을 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가족 간 갈등을 유발한다.
두 작품 모두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물론 '엄마친구아들'의 경우 남녀 주인공의 사랑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배석류가 암 투병을 왜 가족들에게 숨겼는지 등 여러 결의 서사가 얽혀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감정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주인공이 빨리 성숙해지는 서사의 배경으로 '금쪽이'들이 배치된 것이다. 사기를 당한 아버지, 지나치게 현실적이거나 이상적인 어머니, 철 없는 남동생으로 꾸려지는 가족들 덕분에 주인공은 누구에게 기대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특히 드라마 속 K-장녀들은 유독 많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보와 희생을 강요 받곤 했던 장녀들의 설움을 몰입감 있게 전달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른바 'K-장녀'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과거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유사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혈연을 떠나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형성되는 현대 사회의 일면을 담았는데 이젠 범위를 축소시켜 혈연이기에 가능한 진솔한 교감을 조명하는 것이 지금의 트렌드가 됐다. 대가족 체제나 이웃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특히 비혼을 희망하는 성인들이 증가하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 자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들의 현실 고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은 청년의 50.6%는 행정자료 상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청년들 중 반 이상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한 예능도 나왔다.
오는 10월 1일 첫 방송되는 MBC에브리원 '다 컸는데 안 나가요'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스타들의 일상을 다루는 캥거루족 관찰기이다. 캥거루족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새로운 시대의 단편으로 보겠다는 취지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