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지 공모 절차에 하자"··· 보은 가축분뇨처리시설, 행정소송 간다

입력
2024.09.25 14:23
반대 주민들 "부지 선정 의혹 투성이"
"11개리 중 10개 마을이 공모 몰라"
"해당 공무원 징계 처리가 문제 방증"
보은군 상대 행정소송 진행 예고 
군은 "공모 절차 투명하게 진행" 반박
"예산 반영되면 바로 착수" 강행 의지



“오죽하면 ‘면민의 날’에 상여를 메고 나오겠습니까”

25일 충북 보은군 장안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신국범씨가 보은군 가축분뇨처리시설 건립 사업의 부당성을 꼬집으며 뱉은 말이다. 신씨를 비롯한 장안면 주민들은 이날 오전 꽃상여를 메고 가축분뇨처리시설 예정지인 오창2리 마을을 한바퀴 돌았다. 사업 강행에 항거하는 시위였다. 이어 주민들은 면사무소 앞에서 상여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은 주민 화합 한마당 잔치를 여는 장안면민의 날이지만, 거리엔 긴장감만 감돌았다. 주현호 반대투쟁위원장은 “사업을 접으라는 게 아니라 문제 투성이인 부지 선정을 제대로 하라는 것인데도 보은군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일방 행정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보은군의 대규모 가축분뇨처리시설 건립 사업을 놓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후보지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법적 소송을 예고하고 나서 논란과 갈등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건립 예정지 주민들로 구성된 반대투쟁위원회는 25일 “보은군이 후보지 공모 사실을 주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입지 선정에 문제가 있다”며 “은폐 행정을 자행한 군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반투위는 “장안면 11개 행정리 가운데 오창2리를 제외한 10개 리는 공모가 진행되는지 조차 몰랐다”며 “이 일로 담당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사실이 행정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반투위는 “그래도 강행한다면 공사중지가처분까지 제기하는 등 사업 철회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청을 돋웠다.

반투위에 따르면 군이 건립 부지로 확정한 곳은 마을과 마을 사이에 자리해 시설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생활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 더구나 속리산과 서원계곡 등 지역 명소와 인접해 ‘관광 보은’이미지를 훼손할 우려도 크다. 주현호 위원장은 “축산분뇨처리시설이 필요한 걸 충분히 이해하고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마을 주변 청정지역을 후보지로 정한 입지 결정에 문제가 있으니, 절차에 맞게 후보지 공모를 다시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은군은 사업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오창2리 주민들의 신청과 찬성으로 후보지를 선정한 것”이라며 “새로 건립할 시설은 악취 우려가 없는 친환경 첨단 시설”이라고 반박했다.

보은군은 관련 사업비가 올해 국회에서 반영되면 내년부터 곧바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군은 최근 환경부로부터 하루 180톤 처리 규모의 가축분뇨처리시설 사업타당성 승인을 받았다. 총 사업비는 304억원(국비 80% 지방비 20%)으로 잡혔다.

보은군은 지난해 후보지 공모를 거쳐 장안면 오창2리를 예정지로 확정했다. 이곳에서 현재 민간업체가 운영중인 퇴비공장을 매입·철거한 뒤 새 가축분뇨처리시설을 2027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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