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에 폐기하자"… 민주당, 갈팡질팡 행보에 '금투세' 연말까지 표류하나

입력
2024.09.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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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토론회 이후 되레 여론 악화
정성호 "폐기한 뒤 집권하면 재검토"

내년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찬반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의 금투세 반대 여론이 들끓자 정책 토론회까지 열어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소득은커녕 불필요한 논란만 남겼기 때문이다. 여당의 '금투세 폐지'에 동조하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오면서 연말까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민주당에서는 금투세 유예보다 한발 더 나아간 '폐기' 주장까지 나왔다. 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금투세 관련 질문에 "갈등이 더 심해진 게 아닌가"라며 전날 열린 토론회에 대한 회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를 폐기한 뒤 민주당이 집권해서 주식시장을 살려놓고 상승기에 다시 여론을 모아서 전체적인 금융 투자 소득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근거로 "지금처럼 갈등이 심화된 상태에서는 유예 정도로 정리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의 주장처럼 전날 열린 민주당의 금투세 토론회는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토론회 시작 전에는 이강일 의원의 '역할극' 해명이 논란이 됐고, 토론회를 마치고 나서는 김영환 의원의 '인버스 발언'이 도마에 올라 논란만 더 부채질한 양상이 됐기 때문이다. 2시간이나 이어진 토론회 이후에도 찬반 여론은 정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개미 여론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토론회가 오히려 분노를 당기는 꼴이 됐다"고 씁쓸해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전날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빠른 시일 내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정책의원총회를 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토론회를 계기로 여론만 더 악화한 만큼, 한 달여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하고 적절한 논의 시점을 다시 잡기로 했다. 제도 시행을 목전에 두고서야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도부 관계자는 "금투세는 당장 당에서 사활을 걸 문제가 아니다"라며 "너무 소모적으로 다룰 필요 없이 증시가 좋아지거나 좋아질 방법을 강구한 뒤에 결단을 내려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물밑에서는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투세는 이미 정치적인 정체성을 띤 제도"라며 "이미 한 차례 유예한 제도라 원칙적으로는 시행이 맞지만 정치적으로는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재명 대표는 금투세와 관련해 정재계를 비롯한 외부 인사들을 접촉해 의견을 더 청취하겠다는 계획이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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