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리스크에도… 88세 교황이 3만3,000㎞ 아시아 순방 떠나는 이유

입력
2024.09.02 16:30
인도네시아 등 4개국 순방, 약 40개 일정 예정
"아태, 전략적 중요"... 종교화합·기후대응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현지시간)부터 12일간 아시아·태평양 4개국 순방에 나선다. 총이동 거리가 약 3만3,000㎞인 강행군이다. 88세 고령에도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는 건 가톨릭 교세 확장 가능성이 큰 아시아를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및 바니모, 동티모르 딜리, 싱가포르를 차례로 방문한다. 2013년 3월 교황으로 선출된 후 45번째인 이번 해외 방문은 역대 최장 기간, 최장 거리를 이동하는 일정이다. 교황은 4개국에서 야외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며, 참가하는 행사는 약 40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교황 중 88세에 해외 순방을 한 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소 버거울 수 있는 일정을 진행하는 건 아시아가 서구 국가에서 주춤하거나 쇠퇴하는 가톨릭 신앙을 확장할 수 있는 '비옥한 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고토 시호코 인도·태평양 국장은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가령 동티모르는 인구 약 130만 명 중 96%가 가톨릭 신자라고 한다.

아태 지역은 교황이 평소 중시해 온 가치를 강조하기에도 적합한 장소다. '종교 간 화합'이 대표적이다. 교황은 무슬림 인구가 2억8,000명인 인도네시아에서 '서로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교황은 수도 자카르타의 주요 이슬람사원(모스크)을 방문하고 이스티쿠랄 사원과 카테드랄 성당을 잇는 '우정의 터널'도 둘러볼 예정이다. 교황은 2019년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서아시아 반도인 아라비아반도를 교황 최초로 찾은 적이 있다.

기후변화에 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태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자카르타는 최근 몇 년간 극심한 홍수를 겪었고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탓에 수도 이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약 600개 섬으로 구성된 파푸아뉴기니도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가 가라앉는 등 기후변화 최전선에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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