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서 숨진 영천시의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시달려

입력
2024.08.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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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사망한 박주학 영천시의원
동료 시의원과 의장단 선거 불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제기돼
보좌관 시절 받은 5000만 원 말썽 
최근 일부 갚은 영수증 사진 돌아
의혹 확산되자 주변에 고충 호소

지난 2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주학(71) 경북 영천시의원이 지난 한 달여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한 달간 박 의원이 동료 시의원인 A씨와 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놓고 불화를 빚는 과정에서 정치자금 수수설이 흘러나왔다. ‘박 의원이 영천지역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2018년 지방선거 때 A씨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주는 대가로 5,0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A씨는 지난달 초 영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끝나자 박 의원을 맹비난했다. A씨는 '박주학 의원은 권력의 힘을 등에 업고 공천과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글을 배포한 뒤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어 지역정가에는 ‘2018년 지방선거 때 5,000만 원 중 2,000만 원을 변제한다’, '영천시의원 박주학'이라는 문구와 박 의원과 수령인이 각각 서명한 영수증 사진이 돌았다. 수령인은 A씨의 배우자였다.

박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 때 영천지역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의 4급 보좌관으로 일했고, A씨는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영천시의회에 입성했다. 박 의원은 이 의원과 같은 경찰 출신으로, 2003년 자신의 근무지인 영천경찰서에 이 의원이 서장으로 부임하면서 인연이 돼 줄곧 그를 보좌한 최측근이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이 A씨 공천을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회의원 유급보좌관이었던 박 의원이 특정인의 후보 추천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의혹이 확산되자 박 의원은 A씨와 친분이 있는 지인을 통해 A씨를 만나려 했지만 A씨가 이를 거부해 전전긍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의 지인은 “거의 매일 찾아와 이 문제가 더는 확대되지 않도록 A씨에게 말을 잘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박 의원이 한 달 넘게 잠을 못 자고 너무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배우자와 박 의원이 돈을 주고받았는지 모른다.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18년에는 전혀 몰랐던 내용이었고, 2018년도 비례대표 공천은 여론조사를 통해 정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편, 박 의원은 지난 20일 오전 영천시 야사동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의원이 연락을 받지 않자 국민의힘 영천지역 사무실 관계자가 도어록을 풀고 들어갔다가 그를 발견하고 119로 신고했다. 박 의원의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유류품 가운데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는 데 핵심 단서가 될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손목에 휴대폰과 연동된 스마트 시계를 차고 있었지만 정작 휴대폰은 없었다”고 말했다.

영천=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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