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업체 줄줄이 들어서는 연천군... 커지는 주민 고통

입력
2024.08.29 04:30
12면
SRF부터 산업, 의료폐기물업체까지 들어서
개발제한에 혐오시설만... '이중고' 호소
환경단체 "청정도시 아닌 폐기물처리도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세계지질공원(한탄강 국가지질공원 7호)에 등재된 경기 연천군에 각종 폐기물처리 업체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환경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연천군 전곡읍과 군남·청산면 등에는 SRF(고형폐기물 연료)·산업·의료 폐기물과 음식물 처리장 등이 속속 들어서 있다. 특히 고통을 호소하는 곳은 청산면 주민들이다. 청산면 대전1리 청산대전일반산업단지 내에는 SRF를 사용하는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이다. 이곳은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벙커C유, 섬유 등을 사용한 불법소각으로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곳이다. 지난 22일 마을에서 만난 황의혁(47)씨는 “산단 내 불법 소각 등으로 주민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올해 들어 마을주민 5명이 암으로 숨지는 등 최근 4년간 31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현재도 암환자 5명, 폐질환 환자 6명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권익위에서도 ‘대기오염 등에 주민들이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으니 해당 업체는 열공급계획을 변경하도록 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업체 굴뚝에서는 이날도 누런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인근 동두천에서 옛 3번 국도를 이용해 전곡읍 늘목·간파리로 진입하면 의료폐기물 시설과 음식물처리장이 들어서 있다. 마을 주민 B씨는 “시골 오지 마을에 어떻게 이런 혐오 시설이 아무런 문제없이 들어설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들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으로 인허가를 받은 뒤 시설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료폐기물처리 업체도 현재 증설 중이라는 게 마을 주민들의 얘기다. 이뿐 아니다. 파주시 문산에서 연천까지 새롭게 뚫린 37번 국도변에는 건설폐기장 2곳이 운영되고 있었다.

최현진 연천희망네트워크 활동가는 “세계적인 유적지와 지질공원이 있는 연천에 폐기물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연천이 망가지고 있다”며 “청정도시 연천이 아닌 폐기물처리 도시라는 비아냥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 등 각종 중첩 규제로 개발은커녕 기업 유치도 안 되는 상황에서 혐오시설만 들어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세계적인 선사유적지가 있는 연천읍 고능리에는 또 다른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위치도 문제지만 매립장에서 유출된 침출수가 하류에 있는 파주시민의 식수원인 금파취수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연천군 산업폐기물 매립장 반대연대회의’를 구성해 올해 3월 경기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군청에서 이미 2차례나 반려됐고 경기도 도시계획심의 부결 행정심판위원회의 기각 결정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다”며 “연천군과 경기도는 해당 시설이 들어서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천군은 군 내 혐오시설 건립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연천군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도시환경 등 지정폐기물의 인허가는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에서 하고 있어 군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론보도] <연천은 생물권보전지역인데...폐기물처리 도시될 판> 관련

본 신문은 지난 8월 29일 한국일보 12면 <연천은 생물권보전지역인데...폐기물처리 도시될 판>, 인터넷 한국일보 사회면 <폐기물 업체 줄줄이 들어서는 연천군... 커지는 주민 고통>의 기사에서 “청산면 대전 1리 청산대전일반산업단지 내의 SRF를 사용하는 공장의 매연 문제에 대해 주민 황의혁(47)씨의 인터뷰 내용 중 "산단 내 불법 소각 등으로 주민들이 죽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마을 주민 5명이 암으로 숨졌다"는 내용으로 보도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SRF 고형연료를 사용하는 씨에스에너지(주)는 “SRF(고형연료)는 폐기물이 아니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재활용 연료’로서 관계 당국으로부터 관련 법률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 받으며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씨에스에너지(주)는 “2023년 3월 연천군의 최종 허가를 받고 수개월 간의 시험운영을 거쳐 23년 9월부터 법적기준에 의해 상업 운영되고 있으므로 주민의 암 발생 원인은 업체와 무관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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