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중 작곡된 곡인데, 요즘 현실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건·사고가 있는 곳에서도 음악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불안한 국제 정세는 전 세계를 돌며 연주 활동을 하는 음악가를 많은 상념에 들게 한다. 3년 만에 국내 리사이틀을 여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7·한국명 강주미)은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전쟁의 공포와 불안을 묘사한 어두운 작품이다. 주미 강은 "러시아든 이스라엘이든 우크라이나든, 정치와 상관없이 연주자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위로와 용기를 주는 직업"이라며 "그런 곳(나라)에 치유의 힘이 있는 음악을 전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주미 강은 다음 달 1일 경기 부천시를 시작으로 대구(5일), 경남 함안군(6일), 경기 성남시(7일), 경남 통영시(8일), 서울(10일)에서 관객과 만난다.
3년 전 바흐 무반주·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라는 도전적 프로젝트를 마친 주미 강은 이번 선곡에 개인사와 취향을 담았다. 첫 곡은 타르티니의 소나타 '악마의 트릴'. 독일에서 한국인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주미 강은 3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4세 때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예비학교에 최연소로 입학했고, 5세 때 함부르크 심포니와 협연하며 데뷔했다. '악마의 트릴'은 그가 4, 5세 무렵 처음 연주한 "음악적 삶의 첫 번째 곡 중 하나"다.
"음악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고민한다"는 주미 강의 꿈과 연결된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두 번째 곡으로 들려준다. "80~90년 전에 작곡된 곡인데 지금의 세계도 별로 다르지 않아 의미가 있는 곡"이다. 쇼숑의 '시(詩)',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3년 전 무대와 달라진 점이 또 있다. 바이올린을 바꿨다. 주미 강은 지난해 여름부터 기아의 후원을 받아 1702년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 '튜니스'를 연주한다. 이전 8년간은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했다. 주미 강은 "바이올리니스트는 좋은 악기를 찾는 게 늘 숙제"라며 "이전 악기가 다이아몬드나 진주처럼 반짝였다면 이번엔 남성적이고 남다른 기운을 느낀다"고 말했다.
27일 입국한 주미 강은 일본 삿포로 퍼시픽뮤직페스티벌, 영국 BBC 프롬스 등 세계적 음악 축제에 참여했다. 이달 17, 18일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극장에서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꿈의 무대'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데뷔했다. 주미 강은 "모차르트의 자취가 생생한 무대에 서게 돼 꿈만 같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