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신약 '렉라자'를 개발해 국내 제약사 최초로 미국에서 항암제 허가를 받은 유한양행이 제2·3의 렉라자를 만들 전략을 공표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임상시험 3상까지 무리하게 끌고 가기보다 상업화 의지가 큰 해외 협력사에 기술을 수출한 렉라자의 성공 모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유한양행의 경영 방향'을 주제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조욱제 대표는 "이번 FDA 승인은 오스코텍, 제노스코, 얀센, 존슨앤드존슨(J&J) 등 협력사들의 헌신적인 협업 성과"라며 "이를 이정표 삼아 제2, 제3의 렉라자를 발굴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렉라자는 2015년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이 시작됐다. 초기 임상시험 단계까지 개발한 뒤 2018년 J&J의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얀센은 렉라자와 자체 항암제 '리브리반트'를 비소세포페암 1차 치료를 위한 병용요법으로 개발해 지난 20일(현지시간) FDA의 최종 승인을 얻었다. 기존 경쟁약인 '타그리소'를 대체한다면 연매출 5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한양행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으로 상용화까지 완주한 렉라자의 성공 모델이 여전히 핵심 미래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김열홍 R&D부문 사장은 "기술수출의 목표는 단순히 계약에 따른 마일스톤(기술료) 확보가 아니라 임상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글로벌 파트너를 통해 로열티까지 계속 창출하는 것"이라며 "효과 뛰어난 후보물질을 지속해서 찾아내고 상용화하는 순환 사이클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33개 중 16개를 렉라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도입했고, 50여 개 기업에 5,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외부 기관의 기초연구에 총 76억 원을 투입해 유력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넥스트 렉라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유한양행은 항암, 대사질환, 면역염증질환을 꼽았다. 이영미 R&BD 본부장 부사장은 "탄탄하게 다져진 연구개발(R&D) 역량, 원료의약품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와 기술수출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물론 자체 상용화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며 실력과 자금력을 쌓는다면 신약개발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희소질환인 고셔병 치료제 같은 소규모 임상 정도는 끝까지 직접 완료할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