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카드업계 분위기 역행하는 롯데카드... 매각 '시계제로’

입력
2024.08.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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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당기순익 전년比 80% 감소
올해 인수금융 6400억 원 만기
"매각가 낮추지 않으면 매력 떨어져"

카드업계가 상반기 대폭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유독 롯데카드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내 다시 매각 작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당초 높았던 몸값에 더해 떨어진 수익성으로 매각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628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동기(3,060억 원) 대비 79.5%나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효과를 제거한 당기순이익(1,079억 원)과 비교해도 41.7%나 줄었다.

롯데카드를 제외한 카드사 대부분은 상당한 실적 개선을 이뤘다. 신한카드가 상반기 당기순이익 3,7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7% 실적을 개선하며 1위 자리를 수성했고, 삼성카드(24.8%), KB국민카드(32.6%) 모두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하나카드의 경우 60.8%, 비씨카드는 236% 늘어난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비교적 증가폭이 적은 현대카드(4.1%)와 우리카드(2.3%)도 '현상유지'에는 성공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라는 업계 환경이 같았음에도 롯데카드와 나머지 카드사들의 실적이 크게 갈린 셈이다.

실적 부진은 매각을 추진하는 최대주주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악재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롯데카드를 인수했고, 2022년 한 차례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했으나 본입찰이 불발되면서 무산됐다. 당시 3조 원으로 알려진 '희망 매각가'가 너무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특히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인수를 위해 조달한 6,4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재매각 추진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카드의 실적 부진은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에도 롯데카드 순익은 3,679억 원이었지만 자회사 매각 효과를 제외하면 1,700억 원에 불과해 전년 대비 40%나 줄었던 데다 올해는 실적이 더욱 악화한 탓이다. 심지어 롯데카드는 언제든 부실화할 우려가 제기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도 올해 상반기 기준 1조723억 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매물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매각가를 크게 낮추지 않을 경우 인수 의향자를 찾기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카드 측은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속적인 조달구조 최적화 및 신규 조달금리 인하에 따른 조달비용 안정화, 베트남 자회사 흑자 전환 등으로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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