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후티 반군, 3일부터 유엔 인권사무소 점거 중"

입력
2024.08.14 04:40
예멘 수도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점거 
유엔 "유엔 면책권 위배·임수 수행 방해" 규탄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이 지난 3일부터 수도 사나의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사무실을 점거 중이라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후티 반군이 예멘에서 활동하는 유엔 직원들을 납치한 적은 있으나, 사무실 점거에까지 나선 것은 처음이다.

13일(현지시간) 중동권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달 3일 안사르 알라 세력이 사나에 있는 OHCHR 직원들에게 문서, 가구, 차량 등 소지품을 내놓으라고 강요한 뒤 사무실을 점거했다"고 밝혔다. 안사르 알라는 '알라의 전사'라는 뜻으로 후티 반군의 공식 명칭이다. 무력 충돌 및 폭력을 조사·기록·평가하는 OHCHR은 예멘에 사무소를 두고 인권 증진 활동을 벌여 왔다.

튀르크 대표는 그러면서 "유엔 허가 없이 사무실에 침입해 문서와 재산을 강제로 압수하는 것은 유엔의 특권 및 면책권에 완전히 반하는 행위이고, 유엔의 임무 수행력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며 "즉시 건물을 떠나고 모든 자산과 소유물을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OHCHR은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예멘 내 사무소들에 대한 운영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튀르크 대표는 또 후티 반군이 지난 6월 사나, 호데이다, 하자 등에서 OHCHR 등 유엔 산하기구 직원 13명, 비정부기구(NGO) 직원 50여 명을 납치했다고도 밝혔다. 이어 "여러 차례 요청에도 억류된 직원들이 여전히 석방되지 않고 있다"면서 "후티 반군이 유엔과 유엔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구금된 모든 유엔 직원을 즉시 석방하며, 나의 사무실과 다른 기관들이 위협이나 방해 없이 예멘 국민을 위해 중요한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후티 반군이 납치된 직원 중 한 명으로부터 간첩 혐의를 자백받아 해당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으나, 영상 강요 자체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도 비판하기도 했다.

후티 반군은 튀르크 대표의 이날 발언에 별도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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