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송호근 지음. 책은 빨치산 의병대가 격투를 벌이던 일제강점기의 연해주에서 독립군 사령관으로 활약한 실존 인물 '김경천'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김경천 장군의 활동 시기는 고종의 서거로 ‘제권’의 시대가 막을 내리며 사람들이 ‘민권’에 막 눈을 뜨던 때였다. 역사의 갈림길에 선 이들은 격변의 현장을 치열하게 살아냈다.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 시민들의 이념과 투쟁이 핍진하게 그려진다. 나남·376쪽·1만7,800원
△꿈과 토템
은모든 지음. 2018년부터 활동을 이어 온 작가의 소설집. 평가받는 일에 지친 직장인 '소하'가 출장으로 간 호텔에서 우연히 빨간 펜을 발견하는 '토템, 토템' 등 7편으로 꾸렸다. 삶의 무게를 짊어진 여성들이 용기를 되찾고 다시 나아가도록 북돋는 '토템'의 존재가 다채롭게 빛난다. 소설의 주인공은 더 이상 사회 초년생이 아닌 여성들이다. 여전히 고민 많은 소설 속 인물들은 용기 내어 일상을 바꿔 나간다. 민음사·260쪽·1만5,000원
△스노우 헌터스
폴 윤 지음. 황은덕 옮김. 한국전쟁 북한군 포로 ‘요한’은 눈에 파묻힌 채 미군들에게 발견된다. 소설은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을 택한 그가 브라질에 도착하며 시작한다. 낯선 문화와 이질적인 풍경에서 요한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희망을 찾는다. 한국전쟁과 그 이후 남미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삶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한국계 디아스포라 문학의 범주를 영미권 위주에서 남미까지 확장시킨 책이다. 산지니·272쪽·1만8,000원
△시작점의 시작
치카노 아이 지음. 박재영 옮김. 일본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삶을 5편의 연작 소설에 풀어냈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성매매에 발을 들인 직장인 '유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후우카' 등 다양한 배경의 여성이 등장한다. 저자는 평범한 여성이 성매매업계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과정을 그리며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깨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책읽는수요일·292쪽·1만6,800원
△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헨리’는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의 미공개 원고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중요한 단서인 더블린의 고서점은 어디에도 없다.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마사’, 여성을 억압하는 현실을 딛고 자신의 길을 간 100년 전 서점의 주인 ‘오펄린’의 이야기가 더블린에서 포개진다. 책은 행방불명된 서점을 배경으로 역사적 상상력을 뻗어내 시대를 가로지르는 연대를 그렸다. 인플루엔셜·492쪽·1만8,200원
△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머제스틱 마을의 상담 교사 ‘루카스’는 총기 난사로 아내를 잃고 비탄에 잠긴다. 그가 정신분석가 ‘칼’에게 쓴 18통의 편지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해자의 동생 '앨리'를 만난 루카스는 그를 내치지 않고 따스하게 품는다. 앨리의 졸업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절망을 안은 이들의 연대가 싹튼다. 사랑과 연민, 선의의 힘으로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는 이야기다. 미디어창비·352쪽·1만7,500원
△구름관찰자를 위한 그림책
개빈 프레터피니 글. 윌리엄 그릴 그림. 김성훈 옮김. 저마다 다른 구름의 멋을 다채로운 풍경과 함께 세밀한 삽화로 담았다.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한 글 작가의 상세한 설명을 덧댔다. 낮은 하늘을 덮고 있는 층구름부터 높은 하늘에 가볍게 떠 있는 새털구름, 두루마리구름, 깃발구름, 토네이도까지 다양한 구름의 특성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책 말미에는 '구름관찰자를 위한 용어집'을 수록했다. 김영사·96쪽·1만8,800원
△휘슬이 두 번 울릴 때까지
이명애 지음.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약자를 향한 폭력을 피구에 빗댔다. 달리기가 느린 ‘김’, 겁이 많은 ‘오’, 무리에서 떨어진 ‘조’가 차례로 공에 맞는다. 5초 안에 누구라도 맞히지 않으면 공을 쥔 '나'가 아웃인 상황. ‘나’는 끝내 공을 던지지 않고, 휘슬이 두 번 울리며 경기가 끝난다. 무채색이던 아이들이 코트 바깥으로 쏟아져 나오며 밝은 색을 되찾는 감각적인 삽화가 울림을 준다. 사계절·72쪽·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