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하극상 혐의 여단장이 폭행·직권남용으로 사령관 고소

입력
2024.08.05 18:40

군 최고 정보기밀을 취급하는 국군정보사령부의 기강 해이가 초유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소속 군무원이 정보요원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를 해외에 유출해 질타를 받는 가운데, 하극상 혐의로 조사받던 부하 장성이 사령관을 고소했다.

5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정보사 A준장(여단장)은 지난달 17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사령관인 B소장을 폭행 및 직권 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A준장은 B소장이 보좌관을 시켜 자신의 출퇴근 시간 등을 감시해 보고하도록 했고(직권남용), 지난 6월 보고과정에서 B소장이 결재판을 던졌다(폭행)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B소장 측은 폭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B소장은 A준장의 하극상을 상부에 보고했다. 이에 조사본부는 A준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B소장은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A준장이 민간단체의 영외 사무실 사용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지시를 무시하고 "비전문가가 지휘관을 하니 간섭하는 것"이라며 면전에서 모욕하고 욕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준장은 "의견 충돌이 있는 상황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B소장의 보고를 받은 상관은 이를 조사본부에 전달했고, A준장의 하극상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A준장은 B소장의 부하지만 육군사관학교 3년 선배로, 선후배 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정보사는 군내에서도 엘리트 의식이 상당한 조직"이라며 "기밀 유출 사건으로 뒤숭숭한 와중에 장성들 사이에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이는 것은 조직 전체의 사기와 직결된 만큼 빨리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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