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세상 속으로... "보호보다 자유" 외친 김진수씨 별세

입력
2024.07.31 16:53
노숙농성 '마로니에 8인' 중 맏형
장애인 탈시설화 기반 마련 공로

장애인들이 집단거주시설(복지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탈(脫)시설 제도'의 초석을 마련한 김진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4세.

김 대표는 30대 후반이던 1987년, 가족여행을 갔다가 다이빙 사고로 목뼈가 부러지면서 전신마비 장애를 입었다. 지체장애1급 판정을 받고 치료와 입원비용으로 가족의 부담이 커지자, 1989년 경기 김포시 베데스다요양원에 입소했다. 무려 20년을 그곳에서 살다가 "더 참을 수 없다"며 뛰쳐나온 게 2009년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그에게 요양원은 최소한의 누울 자리를 제공해줬지만 장애인들의 돈을 떼먹는 재단의 비리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동료 7명과 함께 시설을 벗어나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두 달 동안 비닐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간이천막에서 아침을 맞으며 요양원의 비리를 온 세상에 알렸다. '보호'보다는 '자유'를 택한 그들의 외침에 서울시가 장애인 탈시설정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들은 이후에 국내 탈시설의 초석을 마련한 '마로니에 8인'으로 불렸다. 김 대표는 당시 59세로 이들의 맏형이었다.

이후 김 대표는 최근까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며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데 앞장서왔다. 최근 척추협착증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심근경색이 발생해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마지막까지 장애인이 사회와, 그리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꿨다고 한다.

유족으로는 2녀로 미정·지영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됐다. 추모식은 1일 오후 7시 빈소에서 열리며, 발인은 2일 오전 10시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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