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 평일이었으나 주차 타워는 물론 야외에도 빈자리가 없었다. 화단 옆과 통로 모서리는 물론 차량을 대지 못하게 우레탄 재질의 주차 금지봉을 설치한 곳까지 차들이 들어차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주차 가능 대수' 안내판에는 빨간색 '만차' 표시가 선명했으나 차들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만난 한 운전자는 "30분째 주차장을 돌고 있다"며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초조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인천공항 2터미널 단기주차장. 서편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동편에만 빈자리가 조금 남아있었다. 출구로 향하는 2차로 통로 가운데 1개 차로에는 이미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란색과 검은색 빗살무늬가 칠해져 있는 주차 금지 구역에도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 다녀왔다는 한 해외여행객은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1터미널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2터미널에 세워야 했다"며 "1터미널로 돌아와 출국 심사를 받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려, 일찍 왔는데도 간신히 비행기에 탔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공항에 하루 21만 명이 넘는 해외여행객들이 몰리면서 밤낮 없이 주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 정규 주차장은 지난달 기준 1터미널 2만3,494면과 2터미널 1만9,553면 등 총 4만3,047면이다. 이는 지난해 7월 3만9,003면(1터미널 2만3,375면·2터미널 1만5,28면)에 비해 4,044면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주차난은 지난해보다 심각하다. 올해 여름 성수기(7월 25일~8월 11일) 일평균 이용객이 21만3,782명으로, 2001년 개항 이래 최대를 기록해서다. 이는 작년 여름 성수기(17만8,997명)에 비해 19.4%,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21만1,076명) 대비해도 1.3% 많은 수치다. 인천공항공사는 이용객의 67%가 몰리는 1터미널에 4,350면 규모 임시 주차장을 마련해 운영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공항 버스 요금은 크게 오른 반면 인천공항 주차요금은 2016년 이후 제자리라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을 오가는 공항 버스 요금은 1만6,000~1만8,000원 수준이지만 주차요금은 장기 주차장 기준으로 하루 9,000원(단기 2만4,000원) 꼴이다. 성인 왕복 버스 요금이면 나흘을 주차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인천공항 교통수단 분담률에서 자가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0.3%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43.4%로 급증했다. 공사 관계자는 "대중교통 이용객을 위해 1터미널 안에 버스 대기 공간을 조성하고 공항 버스 예매 시 동반 자녀 무료 혜택도 제공 중"이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