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에 "광양항 폐기물 방치한 피고인 찾아내라"

입력
2024.07.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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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만톤' 광양항 폐기물 방치 사건
피고인 잠적에 재판 절차 중단
법원 '피고인 소재탐지 촉탁서' 경찰에 발송

전국 최대 국제무역항인 전남 광양항에 최대 1만 톤으로 추산되는 불법폐기물이 3년째 방치된 사건(본보 24일 자 12면 보도)으로 기소된 피고인 2명이 잠적해, 공판이 시작도 못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그 많은 폐기물이 최초에 언제 어디서 왜 발생해 어떤 과정을 거쳐 광양항까지 흘러 들어왔는지 등 실체적 진실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법원은 최근 경찰에 "피고인들의 소재지를 파악하라"는 취지의 공문까지 경찰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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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은 17일 '피고인 소재탐지 촉탁서'를 경찰에 발송했다. '피고인 소재탐지 촉탁서'는 "법원이 관할 경찰서에 피고인이 소재지에 거주하는지 여부를 전화 내지 방문해 확인한 뒤 그 결과를 보고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광양항 물류창고업체 대표 A씨에게 폐기물 2,639톤을 떠넘긴 이모씨, 이씨에게 폐기물을 넘긴 원반출자라고 자처한 하모씨가 잠적해서다. 두 사람은 광양항에 폐기물을 무단 방치한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하나 잠적해 재판 절차가 6개월 이상 미뤄지고 있다. 이씨와 하씨에게 당한 피해자는 A씨 외에 2명이 더 있어 광양항에 방치된 폐기물은 최대 1만 톤으로 추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 절차를 진행하려면 피고인들에게 국선변호사 선정을 위한 고지를 해야 하나 관련 내용이 담긴 고지서를 여러 차례 발송했는데도 반송됐다"며 "공판은커녕 아직 공판준비기일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많은 폐기물 최초 발원지는 어딜까

특수 폐기물 불법 투기 또는 방치 사건의 핵심인 최초 배출자를 밝혀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경은 피해자 A씨에게 폐기물을 떠넘긴 이씨와, 스스로 폐기물 반출자임을 주장하는 하씨만을 검찰에 송치했을 뿐 그 이전의 폐기물 최초 발생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A씨의 고소장은 '방치되고 있는 폐기물을 처리해달라'는 민원성이었기 때문에 이씨와 하씨 두 명만 수사했다"며 "이들을 송치한 이후 검찰이 추가 조사를 해 전모를 파악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사에 소극적인 해경의 태도에 A씨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래서 해경이 사건을 완벽하게 밝히지 못한 채 검찰에 넘기자, A씨와 다른 피해자들은 지난해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진범을 밝혀달라"는 탄원서도 제출했다. 진범을 밝혀야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피해 복구가 가능해서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측은 잠적한 이씨와 하씨 조사 여부, 최초 폐기물 발생에 대한 내용까지 조사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수사 기록이고,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광양=글·사진 김진영 기자
목포=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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