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40여 일 만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연금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21대 국회 막바지 '더 내고 더 받는' 식의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 끝에 좌초됐다가 겨우 첫발을 뗀 것이다. 하지만 주요 쟁점을 두고 사사건건 대치하고 있는 여야가, 조속한 시간 내에 연금개혁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렇게 서둘렀던 연금 개혁도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협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금개혁은 구조개혁의 틀 속에서 모수개혁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회가 지속가능한 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복지위 소속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22대 국회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다 돼 가는데 연금개혁 논의는 뒷전"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손을 잡고 힘을 합쳐서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도 10일 당대표 연임 도전을 선언하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 문제는 타결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 1일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소득 대비 보험료를 내는 비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소득 대비 수령액 비율)을 40%에서 45%로 올리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야가 운을 띄우긴 했지만, 연금개혁을 둘러싼 시각차는 여전해 합의까지는 또다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21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 5월 여야는 보험료율 인상 13%에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재정 안정을 위해 43%를 제시한 반면 민주당은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45%를 주장하면서 결국 개혁안이 무산됐다.
민주당은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기존에 합의된 모수개혁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복지위 내에 연금소위를 설치하고 정부안을 제출받은 뒤 본격 논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당내 연금특위를 구성했던 국민의힘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과 연계한 구조개혁의 동시 진행을 주장한다. 이번주 중 활동을 마무리하는 국민의힘 연금특위는 모수개혁·구조개혁을 동시 추진하되, 현 정부 임기 내 어려운 부분은 별도의 로드맵을 설정하는 내용을 당에 보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우선 관련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상설특위부터 구성해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 선거 등 선거가 이어지면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연금개혁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조사위에 참여했던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여야가 갈등하는 사이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은 커져 간다"며 "연금개혁에 진정성이 있다면 21대처럼 예견된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