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변호인 "재판 아닌 '개판'… 절차적 정의 무시돼"

입력
2024.07.1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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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변호인 안동일 변호사 증언]
김재규 재심 개시 여부 판단 3차 심문
"권력자의 시간표에 따라 재판" 증언
심문 종결, 이르면 다음 달 결정할 듯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 혐의로 기소돼 내란 목적 살인 혐의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당시 받았던 재판이 절차적 정의를 무시한 채 진행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 전 부장 유족 측이 청구한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이르면 다음 달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재권)는 12일 김 전 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등에 대한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심문을 진행했다. 김 전 부장이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 혐의로 기소됐을 때 변호인을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가 지난달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증인 출석했다. 안 변호사는 김 전 부장을 대리한 변호사 7명 중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그는 "유일한 증인이 돼 이 자리에 섰는데 어떤 의미에서 감개가 깊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 변호사는 당시 군사재판에 전두환 신군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다. 당시 공판조서는 실제 발언과 다르게 혹은 축소돼 작성됐고, 열람이 제한되는 등 실질적으로 변호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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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지막 소회를 묻는 질문에 안 변호사는 "권력자의 시간표에 따라서 한 재판"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10·26 사건을 이야기할 때마다 당시 재판은 '이건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는 막말을 여러 번 했다"면서 "치가 떨리고 뼈아픈 경험"이라고 증언했다. "재판정 옆방에 검사·판사들이 10여 명 앉아 있었고, 재판을 지켜보면서 '코치'를 했다"며 이른바 '쪽지 재판'이 이어졌다고 재차 주장했다. 안 변호사는 지난달 심문에서도 당시 군법회의에서 보안사령부 직원들이 재판부에 쪽지를 전달해 특정한 결론으로 재판을 유도했을 거란 취지로 말했다. 이어 그는 "절차적 정의가 철저히 무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재판에선 김 전 부장의 최후 진술 음성도 공개됐다. "더 이상 국민들이 당하는 불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모순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그 원천을 두드린 것" 등 범행 이유가 담겼다. 하지만 당시 합수부장 전두환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대통령이 되겠다는 (김재규의) 어처구니없는 허욕이 빚은 내란 목적의 살인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유족 측 대리인은 이 점을 지적하며 "(최후 진술에서도 알 수 있듯) 김 전 부장은 과대망상이 아니라고 지속적으로 반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변호사의 증언을 끝으로 재판부는 심문을 종결했다. 이달 말까지 양측의 추가 자료를 받고 이르면 8월 재심 개시 여부를 결론 내릴 방침이다.

이 재판은 김 전 부장의 범행 이유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유족들이 40년 만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김재규'라는 인물과 10·26에 대한 역사적 논의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취지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을 서울 궁정동 안전가옥에서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한 달 만에 군법회의에 기소된 김 전 부장은 같은 해 12월 20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확정 판결 사흘 만인 다음 해 5월 24일 형이 집행됐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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