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현 시각 적 SLBM 탑재 잠수함 접촉. 총원 전투배치!"
11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출격한 도산안창호급(3,000톤급) 전략잠수함 안무함(SS-085)이 적과 맞닥뜨렸다. 우리 군 감시 장비를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이 기지를 떠났다는 정보를 입수한 상황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적의 예상 이동 경로를 선점하고, 경계작전을 펼치던 중 마침내 목표물을 포착한 것이다.
음탐관이 수중음파탐지체계(소나)에서 미세한 소음을 감지했다. 이 소리가 북한 잠수함의 프로펠러 소음과 일치한다는 것도 금세 확인이 가능했다. 반복 훈련을 통해 숙련된 음탐관은 지문 같은 소음의 특징을 판별하는 게 가능하다. 이제 남은 건 신속한 선제공격으로 적을 제압하는 것뿐이다.
"1번 어뢰 발사 준비 끝!"
"좋아, 카운트다운 후 발사!"
음탐관의 보고와 함장의 발사 지시는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음탐관이 어뢰 발사 버튼을 누르자 개방된 발사관으로 유입된 바닷물이 어뢰를 밀어냈다. 어뢰와 표적과의 거리를 알리는 '핑' 소리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다 신호가 끊겼다. 명중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물론 '실전'이 아닌 '훈련'이었다. 해군은 이날 부산 인근 해상에서 가상의 적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색·격멸하는 공격훈련과 SLBM으로 지상의 적 핵심 표적을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해군이 3,000톤급 잠수함의 실제 잠항 및 타격 훈련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군은 잠수함을 잡을 수 있는 건 잠수함뿐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대잠전의 승패는 은밀함에 달렸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최첨단 소음저감 기술을 적용하고, 음향 스텔스 성능까지 확보한 안무함은 적보다 한 수 위였다. 안무함은 음향무반향코팅제를 입혀 적의 음파 탐지를 회피하고, 이중탄성마운트라는 완충장치를 장착해 소음과 진동을 크게 줄였다.
안무함 전투지휘실에는 '선견, 선결, 선타(먼저 보고, 먼저 결심하고, 먼저 타격한다)'라는 은밀성에 대한 자신감이 담긴 문구가 걸려 있다. 해군 관계자는 "북한과의 대잠전에서 우리 잠수함은 상대보다 월등한 은밀성을 기반으로 백전불태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SLBM을 탑재한 안무함의 지상 타격 능력은 '전략적 비수'로 불릴 만큼 은밀하고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무함은 6개의 수직발사관(VLS)을 통해 사거리가 수백㎞에 달하는 SLBM을 쏘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SLBM엔 단 한 발로도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 대형 탄두가 장착돼 있다. 적의 공격으로 육상기지나 군 공항이 파괴됐을 때도, 물 속에서 언제든 강력한 보복을 할 수 있다는 건 곧 적의 전쟁 기도를 억제한다는 의미다. 3,000톤급 잠수함이 전략 자산이자 해상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처럼 중요한 전략 자산에 여군 승조원이 근무하고 있다는 건 해군의 변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좁은 공간과 열악한 생활 환경을 감내해야 하는 잠수함은 군에서 금녀의 공간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022년 7월 여군 잠수함 승조를 의결한 뒤 이듬해 6월 9명의 여군 잠수함 승조원이 탄생했다. 장교 2명, 부사관 7명이 도산안창호함(5명)과 안무함(4명)에 배치돼 있다.
훈련을 지휘한 안건영 안무함장 대령은 "승조원 모두가 최고도의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적이 도발하면 수중에서 즉각,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해 적을 격멸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