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AI·반도체 등 첨단학과 1145명 증원... 수도권 569명 늘어

입력
2024.06.10 17:20
수도권대 올해 817명 이어 2년 연속 증원
"지방대 모집난과 대학 양극화 가속" 우려도

올해 고교 3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학과 모집정원이 1,145명 늘어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569명은 수도권 4년제 대학 12곳에서 증원된다. 수도권 대학에선 지난해에도 첨단학과 정원이 817명이 늘어난 터라 수도권 주요대로의 신입생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내년도 첨단 분야 전공 입학정원 증원 집계치를 이같이 밝혔다. 첨단 분야 전공은 '첨단(신기술 분야) 등 모집단위별 입학정원 기준' 고시(교육부)에 규정된 인공지능, 차세대 반도체, 미래 자동차, 첨단신소재, 바이오헬스 등 28개 분야(지난해 8월 기준)를 뜻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들 분야의 인재 배출 규모가 산업계 수요에 현저히 못 미친다고 보고 해당학과 증원 및 신설을 위해 대학설립운영 4대 요건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해왔다.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5학년도 주요 대학 첨단·계약·신설학과 증원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는 내년 신설되는 스마트시스템과학과에 25명을 선발한다. 연세대는 정원 35명의 지능형반도체전공을 신설하고 첨단컴퓨팅학부 정원을 25명 증원하는 등 올해 대비 60명을 늘린다. 고려대는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해 105명을 선발하고 스마트보안학부 정원을 20명 늘린다. 대신 전기전자공학부는 전년 대비 26명 줄였다. 이들 3개 대학의 첨단 분야 전공 모집인원은 전년 876명에서 총 1,060명으로 184명 늘어난다. 한양대 분교(에리카캠퍼스)가 수도권 대학 중 가장 많은 106명을 늘린다.

하지만 27년 만의 의대 증원, 주요 대학의 무전공 확대와 맞물려 수도권 대학의 첨단·계약학과 몸집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모집인원을 채우기 힘든 지방대의 고사 위기가 한층 심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경북대 부산대 등 비수도권 10개교 첨단학과도 정원이 576명 늘어나지만,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주요대의 증원 영향이 더 클 거란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첨단학과 신설 등이 상위권·수도권 대학, 지역거점국립대 등에 집중돼 지방 사립대는 신입생 모집난을 겪을 수 있다"며 "학생 수 감소 추세에 신입생 모집 양극화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우려는 공감한다"면서도 "첨단학과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수도권 쏠림이나 지방대 위기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나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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