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빅3 이후 최강'으로 평가받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생애 첫 프랑스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알카라스는 이제 호주오픈만 우승을 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알카라스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4시간 19분간 풀세트 접전 끝에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를 3-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알카라스가 프랑스오픈 우승을 따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최고 성적은 작년 준결승이다. 프랑스오픈 우승은 한동안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 '무결점 사나이'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테니스 전설' 로저 페더러(스위스) 등 남자 테니스 '빅3'로 불리는 강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큼 이들 외 우승자가 나타난 건 9년 만이다. 빅3 외 마지막 우승자는 2015년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스위스)다. 남자 테니스의 세대교체 신호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우승으로 알카라스는 메이저 대회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알카라스는 만 21세라는 역대 최연소 나이로 하드코트(2022년 US오픈), 잔디코트(2023년 윔블던), 클레이코트(올해 프랑스오픈)에서 모두 우승한 선수가 됐다. 자신이 동경했던 나달보다 18개월이나 빠르게 이 기록에 도달했다. 이제 호주오픈만 제패하면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8강에서 츠베레프에 1-3으로 패했다.
알카라스는 앞서 2022년 바르셀로나오픈에서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9위까지 단숨에 뛰어올랐다. 이어 같은 해 열린 US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려 10대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하며 테니스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당시 알카라스 나이는 19세 4개월이었다. 이후 조코비치에게 다시 내줬던 1위 자리를 작년 BNP 파리바스 마스터스 오픈 우승으로 잠시 되찾아오기도 했다.
이번 대회 4강에서는 대회 결과에 관계없이 조코비치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는 것이 확정된 얀니크 신네르를 꺾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조코비치는 무릎 부상으로 8강에서 기권했다. 나달도 이 대회 1회전에서 탈락했다.
알카라스는 대회를 마치고 "조코비치와 나달의 기록은 평범하지 않다"며 "당장 그들의 기록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겸손한 우승 소감을 전했다. 조코비치와 나달은 메이저 대회 우승이 각각 24회, 22회에 달한다.
2024 파리 올림픽을 기약하기도 했다. 알카라스는 "40일 뒤 열릴 올림픽 무대에서 조국에 메달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내 우상인 나달과 함께 복식으로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했던 나달은 현재 랭킹이 낮아 올림픽에 자력으로 출전하기는 어렵지만, 초청 선수 자격으로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알카라스와 만남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