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월 민생 토론회에서 '노동 약자'인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등 비임금 노동자 수가 점점 늘어 이제 847만 명에 달하는데도 현 최저임금제 보호 대상에서 빠져 있죠. 노동계가 '최저임금 적용 확대'라는 시대적 화두를 던진 만큼 경영계도 대안을 내놔야 합니다."
지난달부터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을 맡고 있는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달노동자 노조 '라이더유니온'의 초대 위원장인 그는 올해 최저임금위에서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앞장서 주장하고 있다.
보수 등 계약 내용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업체로부터 일정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온전한 자영업자로 보기 어렵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인다. 일하면서 들어가는 기름값, 식대, 주차비 등 각종 비용은 전부 직접 부담한다. 근로자라면 당연히 누렸을 주휴수당, 연장·야간근로수당, 유급연차 등도 보장받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특고 노동자인 가전제품 방문점검원은 업무 비용을 뺀 실질 시급이 4,350원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2023년 서비스연맹)도 있다. 2021년 최저임금위가 연구용역을 맡긴 '플랫폼 노동자의 생활실태를 통해 살펴본 최저임금 적용 방안' 보고서를 봐도 택배·가사서비스 등 6개 직종 플랫폼 노동자 시급은 7,289원으로 그해 최저시급(8,720원)에 못 미쳤다.
이에 박 부위원장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1986년 법 제정 이래 사문화됐던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을 되살려 건당 수수료를 받는 도급제 노동자를 위해 별도의 최저임금 체계를 마련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임금 수준은 결국 노동 환경과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왜 현시점에 특고·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가 필요한가.
"윤 대통령도 5월 민생 토론회에서 특고·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할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뒤이어 이들이 '일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념을 초월한 문제인 것이다. 규모도 증가세라 2011년 328만 명이다가 2022년 847만 명으로 늘었다(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현행 최저임금 체계를 그냥 둬서는 국가가 보호할 수 있는 노동자 범위가 점차 좁아지는 것이다."
-각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상당수 도급제 노동자가 낮은 노임 단가로 인해 비용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나.
"노동자 입장에서는 생계 유지를 위해 벌어야 하는 소득의 마지노선이 있으니, 수수료가 낮거나 떨어지면 같은 시간 내 더 많은 일을 하며 고강도 압축 노동을 하거나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된다. 집중력 저하나 피로가 쌓이면 노동안전 문제, 산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단가가 떨어지면 노동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는 것이 식대와 안전 비용이다. 배달 노동자를 예로 들면 헬멧도 소모품이라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지만 (안전은) 후순위가 되는 것이다."
-노사공이 함께 업종별 위원회를 꾸려 결정했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같은 방식도 있을 텐데, 왜 최저임금위에서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을 논의해야 한다고 보나.
"최저임금제 취지 자체가 (사측을 상대로) 협상력이 떨어지는 취약 저임금 노동자의 최소 생계 보장을 위해 특별히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현 상황에서 플랫폼·특고 노동자는 조직화가 어려워 화물연대 같은 협상력을 갖기 어렵고 국가 보호가 필요하다. 게다가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도 법제화가 안 돼 결국 폐지됐지 않나.
최저임금제와 일종의 산별 임금인 안전운임제는 취지가 좀 다르기도 하다.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을 통해 '최저선'을 정하고, 별도로 그보다 높은 '적정임금' 교섭을 산별로 따로 해 쌍끌이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 우선 최저임금위에서 도급제 최저임금 산정·계산 방식을 만들어 놓으면 향후 산별 교섭에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급제 노동자 임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 수 있나.
"최저임금에 맞게 건당 수수료를 정하려면 우선 도급제 노동자 시급부터 정해야 한다. 현행 최저임금(올해 9,860원)에 근로자라면 적용받는 주휴수당(1.2배)을 고려하면 약 1만2,000원이다. 여기에 업무 부대비용 계산은 업종별로 국세청이 정한 기준경비율을 더해서 쓰면 된다. 한 예로 배달은 27.4%이니, 대략 시급 1만6,000원 선이 책정된다. 그다음 데이터상 2㎞ 배달에 평균 20분 정도가 걸렸다고 하면, 시간당 2㎞ 배달을 3건 할 수 있다고 보고 건당 5,300원 안팎의 수수료를 책정하면 되는 것이다. 한 예시지만 여타 업종도 큰 구조는 비슷하다."
-결국 제대로 된 논의를 하려면 플랫폼 기업 등이 가진 내부 정보가 필요한 게 아닌가.
"맞다. 논의를 위해 최저임금위 차원에서 제출을 요구해야 할 것이고, 제출을 거부하면 노조 등이 확보한 각종 실태조사나 연구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 기관, 대학과 노조가 협업해 산출해 놓은 안전 배달 시간 자료도 있다. 노조 자료만으로 논의하는 게 불공정하면 기업에서도 자료로 반박하면 되지 않겠나. 물론 보다 확실한 정보 확보를 위해서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
-경영계는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최저임금 대상이 아닌 데다, 일부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례라도 이들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최저임금위 권한 밖 행위라는 입장인데. 대법원 판례(2004다48836)를 언급하며 '근로 형태 유형이 천차만별이라 사전에 개별적으로 정해 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법원 판례 등을 통해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해당 직종부터 정하면 된다. 이 경우는 도리어 근로자성이 입증됐을 경우 도급제 임금 체계가 없는 게 문제가 된다. 법원에서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나.
아울러 사용자 위원이 언급한 대법원 판례는 도급제 노동자에 대해 제5조 3항에 따라 별도 최저임금을 정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개별 업종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전부 미리 예측해 정하는 게 어렵다는 의미지, 평균 생산고(生産高·일정 기간 내 생산된 재화 수량)나 노동시간 등 데이터가 있으면 3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이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올해 최저임금위에서의 목표는.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에서 나아가, 회의장 밖에서도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등(구분) 적용은 시대 정신에 맞지 않고 변화하는 산업, 변화하는 노동 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다. 최저임금위 내에서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한다면 경영계도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안전운임제 같은 산별 임금 체계 마련도 있고, 산별 교섭 강화, 특고·플랫폼 노동자 근로자성 인정 등 방법은 다양하다.
정부도 특고·플랫폼 종사자 보호 의지를 밝힌 만큼 리더십을 갖고 (임금 문제를) 큰 국가 어젠다로 주도해 볼 수 있지 않겠나. 노사정 대화 테이블을 통해 안전운임제를 다시 세팅하고 도급제 임금 책정 방식을 여타 특고·플랫폼 분야로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